‘日 출연 10억엔 분배’ 최대 쟁점 생존자-유족에 전액 지급할지 추념사업으로 나눠쓸지 합의 안돼 운영비로 정부예산 사용땐 논란 소지 日대사관앞 소녀상 문제도 숙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이 다음 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9일 “재단 설립에 필요한 정관·명칭을 확정하고 이달 말 출범을 위해 막바지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재단이 출범하면 지난해 12월 한일 양국이 합의한 뒤 7개월 만에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다만 국내 일각에서는 한일 합의에 대해 ‘불완전하고 정치적인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핵심 쟁점은 일본이 재단에 지급하기로 한 10억 엔(약 107억 원)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것이냐는 점이다. 일본 소식통은 “예비비 형태로 정부 예산이 잡혀 있어 10억 엔은 언제든 한국에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10억 엔을 전달함과 동시에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합의문에 ‘10억 엔 거출’과 최종 해결 선언을 서로 연계해둔 만큼 일본은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는 태도다.
그러나 일본으로부터 받는 돈을 어디에, 얼마씩 분배하느냐를 놓고 국내에서 아직 사회적 합의가 덜 된 상태라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생존자와 사망자(유족)에게 지급하는 직접 지불금 △위안부 문제를 추념할 수 있는 간접 사업비로 분리해 사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피해자 중에도 서로 일본 거출금에 대한 생각이 달라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일본 거출금을 온전히 피해자들을 위한 사업비로 쓰려면 재단 운영에 필요한 경상비(사무실 임차료 등)는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재단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재단이 예정대로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사무실을 낼 경우 한 달 임차료만 수백만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 등 사무실 유지비와 행정업무를 담당할 상근자 인건비도 적지 않게 든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한국 정부의 예산이 재단에 투입되면 일본 거출금의 ‘사죄’ 성격이 희석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합의에 비판적인 인사들도 재단 이사로 참여시켜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이다.
재단 출범과 함께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어떻게 할지, 향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거론될 경우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이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캠페인에 대해 예산을 삭감하고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