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전화 911 이용 경찰 유인… 댈러스 저격범처럼 매복 총격 ‘흑인 피살’ 배턴루지서 경찰 피살 ‘이라크 복무’ 美해병출신 범인, 경찰에 적개심… 29세 생일날 범행 경찰 “테러 연관 없어… 단독 범행”, 오바마 긴급연설 “법치에 대한 공격”
《 도널드 트럼프(70)를 대선 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18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개막되기 전날 흑인의 경찰관 총격 사건이 터지면서 미국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오전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에서 흑인을 포함한 경찰관 3명을 저격해 숨지게 한 범인 개빈 유진 롱(29)은 텍사스 주 댈러스 저격범과 마찬가지로 해외에 파병됐던 미군 출신이다. 》
롱은 당일 오전 9시경 배턴루지 동남부 올드 해먼드 에어플라자 쇼핑센터 인근 피트니스 센터와 주유소에서 검은 옷에 전투화를 착용하고 복면을 쓴 채 경찰관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롱은 댈러스 사건의 용의자 마이카 존슨처럼 매복한 채 경찰을 저격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경찰과의 교전은 8분간 이어졌고 롱은 결국 사살됐다. 로이터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롱이 경찰들을 범행 장소로 유인하기 위해 긴급전화 911을 이용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롱은 배턴루지에서 CD를 팔던 흑인 남성인 올턴 스털링이 5일 경찰 진압 과정 도중 총에 맞아 사망한 데 격분해 자신의 29번째 생일을 맞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롱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배턴루지를 사랑한다. 하지만 이 도시가 나를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희생자가 자신을 억압하는 자와 맞서 싸우는 모든 혁명은 피를 흘림으로써 성공했다”며 범행을 암시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세력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사건 직후 백악관에서 가진 긴급 연설에서 “경찰관에 대한 공격은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며 사회를 작동하도록 하는 법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종이나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미국을 단합시킬 말과 행동에 집중하는 게 모두에게 중요하다”며 사회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