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 45인의 사상 다룬 책 ‘정치철학’ 펴낸 곽준혁 中중산대 교수
최근 ‘정치 철학’을 낸 곽준혁 중국 중산대 교수는 14일 “민주주의는 생각의 다름을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것인데 요즘은 ‘나만 옳다’는 대결장으로 전락했고, 파시즘의 징후마저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근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현대까지 정치철학자 45명의 사상을 다룬 ‘정치 철학’을 펴낸 곽준혁 중국 중산대 교수는 14일 인터뷰에서 “분노를 타자에 대한 건강한 비판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며 “자유를 훼손하지 않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세계적 학술 출판사인 영국 라우틀리지 출판사의 ‘동아시아 맥락의 정치 이론’ 시리즈 책임 편집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 한국 사회의 문제를 푸는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최근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나 다름없다”라는 발언에 관한 의견을 묻자 곽 교수는 ‘이 역시 파시즘 징후 중 하나’라고 했다. “비뚤어진 엘리트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더들이 시민들의 일반적 상식을 신뢰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교화만 남게 되지요.”
곽 교수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의사가 정치공간에서 관철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태를 우려했다. “심의(審議)가 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전능하다고 생각하면 힘에 의지하게 돼요. 강자를 찾게 되는 것이지요.”
곽 교수는 이 시대에는 새로운 정치철학으로 ‘비(非)지배’ 철학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지배’는 열린 토론이 가능한 토대, 빈 그릇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이를 ‘타인의 자유의지에 예속되지 않으려는 욕구’라고 했지요. 타인의 일방적 의사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때 말문이 트이고 가슴이 열리고 성숙한 토론으로 나아갑니다. 그러지 않으면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옵니다.”
“기존 철학 입문서들은 입문을 의미의 요약이라고 본 것 같아요. 이번 책을 통해 독자가 저자와 대화하는 것처럼 느끼고, 철학자의 고전을 읽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갔으면 합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