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기업 운영이 쉽지 않은 때 가까스로 새로운 사업 파트너가 나타나면 서둘러 계약을 마무리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해서는 안 된다. 허점 가득한 계약서에 서명했다가 법정에 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는 명확한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한 다섯 가지 지침(Five Steps to a Solid Contract)이 담겼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4호(2016년 7월 1호)에 실린 이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한다.
상대 업체 실무자와 협상 내용에 대해 합의한 상황에서 상대방이 해당 내용을 자신의 상사에게 보고했는데, 상사가 합의 내용에 반대한다며 더 큰 양보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협상에 돌입하기 전 상대방이 그 조직을 대표해 어느 정도까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소송이 제기됐을 때 상대 기업이 협상 실무자가 월권을 했다고 주장하고, 이것이 법정에서 인정된다면 계약은 무효가 될 수도 있다.
한편 상대 업체가 내건 조건이 미덥지 않을 때 조건부 계약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예컨대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할 때 한 업체가 다른 업체들보다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공사를 마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정해진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공사비를 깎는 방식으로 계약 이행의 구속력을 더할 수 있다. 또 계약 위반 가능성에 대비해 계약 기간에 주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확인한다는 조항과 분쟁 조정에 대한 조항을 넣는 것이 좋다.
법무팀과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협상을 일단락한 뒤 공식 계약서 작성은 법무팀에 맡겨 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협상한 내용들이 계약서에 명확히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고 주요 조건이 누락되기도 한다. 따라서 법무팀에 계약의 배경을 소개하고, 완성된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정리=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