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 영화 ‘인천상륙작전’ 리엄 니슨 내한 회견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연기한 리엄 니슨은 13일 기자회견에서 “늘 파이프 담배를 물고 다녔던 장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작은 사진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맥아더. CJ E&M 제공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서는 다르게 들렸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할리우드 스타 리엄 니슨(64)은 파이프만 물지 않았을 뿐 6·25전쟁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최고사령관(1880∼1964)에게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니슨이 27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인천상륙작전’과 인연을 맺고 방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1월 영화 촬영차 한국을 찾았던 그는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을 참배하기도 했다.
사실 니슨은 1993년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도 이런 영웅적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죽음의 경계를 넘어 유대인 1000여 명을 구했던 오스카 쉰들러(오스카어 신들러) 역으로 세계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193cm의 당당한 풍채가 영웅적인 면모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에 “솔직히 영웅적인 성격을 지녔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다만 그는 “맥아더 장군이건 쉰들러이건 맡은 배역의 영웅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한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두 인물은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굳건한 믿음으로 난관을 헤치고 나갔다는 점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니슨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사전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맥아더 장군의 평전을 정독했고, 그의 국회 연설 영상도 구해 봤다고 한다. 6·25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꼼꼼히 찾아봤다.
니슨은 “맥아더 장군은 항상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파이프 담배를 즐겼는데, 엄격한 장군의 이면에 할아버지와 같은 편안함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영화 홍보영상 속 맥아더 장군과의 ‘닮은꼴’ 연기는 배우로서의 많은 고민이 묻어난 결과였다.
그는 배우로서의 행복한 기억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얘기할 때 맥아더 장군은 이를 관철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역사는 뒤바뀝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할 기회를 얻는다는 건 배우에게 크나큰 축복입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