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Magazine D․한국가이드스타 공동기획 ‘똑똑한 기부’ 캠페인 ⑤
7월 8일 서울 강남구청에서 열린 ‘저소득 청소년 및 위기기구 지원을 위한 이동수 F&G, 나눔과 기부 바자회‘에서 상품을 사는 구민. (사진= 강남구 제공)
올바른 경로로 물건을 샀다면 당당하게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는 것처럼, 올바른 기부를 했다면 이제 기부자의 권리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똑똑한 기부’를 했다고 자평할 수 있을까.
미국 가이드스타에서 공개한, 간단하지만 체계적인 기부 방법을 살펴보자. 기부자에게는 현명한 기부를 할 수 있는 지침이 되고, NPO에는 기부자의 욕구를 파악해 올바른 모금활동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된다.
이후 해당 이슈에 관한 활동을 하는 NPO가 활동하는 범위를 살핀다. 규모가 큰 곳을 지원하고 싶은지, 작은 곳을 지원하고 싶은지. 새로 생긴 곳, 아니면 역사가 오래된 곳을 지원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고려하자. 가이드스타 시스템 검색을 통해 기준을 세우거나, 기부처의 미션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관을 제외하다 보면 후보군이 좁혀진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재능기부자 40여 명으로 구성된 ‘행복한 목수봉사단’이 7월 7일 동구 동명동 저소득 가정의 낡은 주택을 깔끔히 수리해 주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사진=광주시 제공)
믿을만한 기관은 △기관의 미션과 사업내용을 명확히 밝히며 △측정 가능한 목표가 있다. 또한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을 사용한다. 기관끼리 비교할 때에는 활동분야, 범위, 규모 등이 유사한 기관을 비교하는 게 좋다. 특히 주목할 것은 기관의 재무회계정보. 운영비 등의 회계정보를 통해 기관 활동에 대한 전반적 판단을 할 수 있다.
기관의 운영이나 회계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요청했을 때 제공하지 않는 기관은 피해야 할 기부처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은 △기관의 사업운영 현황 및 재무회계정보를 제공하고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 또한 △기부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사업 정보를 제공할 의향이 있고 △기부 의사가 있는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다.
현재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기부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귀찮게만 들릴 것이다. 그러나 기부는 반드시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갑을 열지 않고도 기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시간이나 재능이라는 자원을 나누는 것도 기부이고, 헌혈이나 장기기증서약도 훌륭한 기부 방법이다. 많은 NPO가 책이나 옷, 중고물품 등을 필요로 한다. 몇 시간만 들여 집을 정리 정돈해 보자. 사용하지는 않지만 꽤 쓸 만한 중고물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트렌드인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추구하며 좋은 일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똑똑한 기부자들의 기부 습관 10가지>
1) 기부를 미리미리 준비한다. 충동적으로 기부하지 않고 기부하기 전 ‘내 기부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길 원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한다.
3) 기부할 단체가 이름이 유사한 전혀 다른 단체는 아닌지 꼼꼼히 확인한다.
4) 단체의 법적 지위를 확인한다. 슈퍼마켓 계산대 위의 모금함에 무심코 돈을 넣거나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기부금 단체 리스트가 주무부처별로 분산 공시돼 있거나 공시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단체의 법적 지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5) 기부자의 권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단체인지 확인한다. 기부는 일방향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적이고 협력적인 활동이다.
6) 단체 결산서를 확인한다. 책임 있는 단체는 예산의 75% 이상을 사업활동에 사용하고 모금활동과 관리비용으로 25% 이하를 사용한다.
7) 단체 대표자의 급여를 확인한다.(그러나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단체 대표자의 연봉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이를 확인하는 게 어렵다.)
8) 기부 전 단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단체의 사업성과, 목표, 전략 등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9) 기부를 집중해서 한다. 자산투자를 할 때는 분산투자가 위험요소를 줄여주지만 기부는 다르다. 5000원씩 두 단체에 기부하기보다 한 단체에 1만 원을 기부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10) 기부목적을 단체에 공유하고 장기적인 기부계획을 세운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