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파문에 일부학생 반발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는 11일 SNS와 대자보를 통해 인문대 남학생 8명이 단톡방에서 나눈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지난해 신입생이었던 이들은 2월부터 6개월에 걸쳐 동기 여학생의 사진을 몰래 촬영하고 서로 성적 폭언을 주기적으로 교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기 여학생을 향해 “박고 싶다” “묶어놓고 패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갔고 “이거(대화 내용) 풀면 엿 될 듯”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단톡방 속의 남학생 한 명이 지난해 9월 술자리에서 피해 여학생 중 한 명에게 “카톡방을 한번 보라”며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알려졌다. 이 피해 여학생은 큰 충격을 받았지만 바로 신고하지 못하고 지난달 고려대에서 비슷한 사건이 터진 것을 계기로 용기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대에서도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1년가량 여학생들을 거론하면서 음담패설을 하며 성희롱 발언을 해오다 밝혀져 충격을 던져줬다. 이달 초 피해 학생들로부터 성희롱 사실을 신고받고 진상 조사에 착수한 서울대 인권센터 측은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가해자 무관용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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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친구 혹은 지인끼리 나눈 비공개 대화까지 비난받고 처벌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학생은 “개인 간의 사적 대화를 공론화하려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음담패설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학소위는 이들(가해 학생)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학생들은 “여럿이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공개된 상황에서 사생활의 자유를 인정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기록이 남는 문자로 대화하는 SNS 메신저를 ‘오럴 라이팅(입으로 글쓰기)’으로 보고 SNS 상의 대화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톡방에서 마치 수다를 떨 듯이 얘기할 수 있지만 모든 내용이 기록되는 곳이기 때문에 훨씬 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