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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단칸방 살던 30대男, 초호화 ‘명품족’된 사연은…

입력 | 2016-07-11 20:17:00


지난달 29일 고급 수입 승용차 한 대가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를 통과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이 차에는 스포츠도박 사이트 중개로 4년 동안 수 천 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박모 씨(35)가 타고 있었다. 서울에서부터 추적한 경찰은 그를 경북 청도휴게소에서 붙잡았다. 체포 당시 박 씨는 9000만 원이 넘는 스위스 명품시계를 차고 있었고 트렁크에는 도피자금으로 쓸 현금 1억 원이 들어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1일 해외 유명 도박 사이트 4곳과 계약을 맺고 중개 사이트를 개설한 혐의(도박공간개설·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총책 박 씨 등 일당 38명을 검거하고 1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2012년 9월부터 최근까지 피나클, 스보벳 등 해외 유명 스포츠 도박 사이트로 접속할 수 있는 중간 사이트 18곳을 운영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으로 해외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이용할 국내 회원을 모았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 사무실을 차리고 국내 회원을 모을 때는 중국인 해커가 유흥업소 소개 사이트를 해킹해 빼낸 개인정보를 이용했다. 그가 모은 국내 회원만 1만3000여 명, 이들이 도박에 쓴 돈은 1조3000억 원에 이른다. 박 씨 일당은 회원들의 판돈에서의 70~80%씩을 받아 지금까지 2900억 원을 챙겼고 나머지는 해외 도박 사이트에 로열티로 입금했다.

2년 간 경찰 눈을 피해 도박 중개사업이 잘 되자 박 씨 일당은 2014년 8월 필리핀 카가얀 경제자유구역청 정식 허가를 받아 도박사이트 B사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허가 당시 호주 교포 명의를 사용했기 때문에 여전히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와의 스폰서 계약도 유효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10대부터 도박판을 떠나지 못한 상습 도박꾼이었다. 31세까지 월세 20만 원 짜리 ‘단칸방’에 살면서도 도박에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도박판을 전전하던 그는 2012년 고향친구로부터 해외 도박사이트 총판사업 얘기를 듣고 불법 사업을 함께 할 공범들을 모았다. 일당에는 같은 고향 조직폭력배 김모 씨(35)와 승부조작에 가담해 퇴출된 전직 프로축구 선수 김모 씨(33) 등 11명이 끼어있다.

박 씨는 이러한 불법적인 방법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초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박 씨와 그의 부인이 살고 있는 경기도 일산의 한 고급 아파트를 들이닥치자, 집 안에선 파텍필립, 롤렉스 등 5억 원에 이르는 스위스 명품시계 17개가 나왔다. 주차장에는 15억3000만 원 상당의 초고급 외제차 10대가 세워져 있었다. 부인 소모 씨(34) 옷장에서는 개당 4000~6000만 원이 하는 에르메스 가방 73개, 3캐럿 다이아반지 등 귀금속 34점이 쏟아져 나왔다. 경찰은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으로 구속한 11명의 재산을 환수하는 조사를 해나갈 계획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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