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감면 年20조원] 단기부양책 효과로 稅수입 증가… 민간소비 증가율 올들어 꺾여 구조조정-브렉시트 악재도 여전… 하반기 세수 작년보다 5兆 줄듯
하지만 이 같은 ‘세수(稅收) 풍년’은 정부의 단기 부양책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올 하반기(7∼12월)부터 세금 징수 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올 1∼5월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은 108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조9000억 원 늘었다. 세금이 이처럼 많이 걷힌 이유로는 정부가 지난해 펼친 각종 단기부양 정책이 꼽힌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소비가 크게 줄어들자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시행 등 각종 소비 진작책을 폈다.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10∼12월) 민간소비 증가율(3.3%)은 전년 동기대비 기준으로 2011년 2분기(4∼6월·3.7%)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문제는 당장 올 하반기부터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소비 침체로 인해 부가가치세 세수 전망이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2.2%로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꺾였다.
여기에다 기업들에도 조선, 해운 등 부실 업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불확실성 확대가 악재로 다가왔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최근 국회에서 “6월부터 세수가 주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거래량, 주식 거래대금 감소 등 여러 지표를 보면 상반기 세수 호조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올 6월부터 연말까지 7개월 동안의 세수가 지난해보다 5조 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계획에서 드러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1조2000억 원)과 올해 초과 징수액을 10조 원 규모의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과 징수액이 8조8000억∼9조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전망한 올해 세수(213조 원)를 감안하면 올해 실제 걷힐 세금은 약 222조 원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5월 말까지 들어온 세금을 빼면 하반기에 거둬들일 세금은 113조 원 안팎이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 정부가 거둔 세금(118조2000억 원)보다 5조 원가량 적은 액수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지난해보다 세금이 덜 걷힐 것이라는 전제로 재정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