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정몽규 전 회장.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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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54·사진) 전 회장의 리더십은 어떤 형태일까. 2가지 사례(문답)를 통해 그 일단을 엿볼 수 있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축구 실력을 물었다. 볼을 찰 일이 많진 않겠지만, 한국축구의 수장이라면 좋든 싫든 가끔은 축구화를 신고 나서야 할 일도 있게 마련이다.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처럼 축구를 잘하시나요? 어느 포지션이 적성에 맞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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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열한 살 위의 사촌형인 정몽준 전 회장은 주로 스트라이커를 맡았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한일의원연맹을 주도하며 친선경기를 자주 주선할 정도로 축구를 즐겼다. 물론 이를 둘러싼 우스갯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정 회장이 볼을 잡으면 상대 수비수가 죄다 제 풀에 쓰러진다’든가, ‘정 회장이 속한 팀의 축구인들은 몽땅 도우미가 된다’든가 하는 얘기다. 물론 눈으로 확인한 정몽준 전 회장의 축구실력은 상당했다. 어찌됐건 정몽준 전 회장은 2002한·일월드컵 전격 유치와 성공적 개최,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비롯한 왕성한 대외활동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 축구 스트라이커처럼 공격적이었다.
그러니 정몽규 전 회장이 오른쪽 윙백, 즉 수비수를 주로 맡는다니 조금은 생경했다. 축구협회 직원에게 슬쩍 물어본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직원은 “굉장히 차분하고, 뒤(수비)에서 열심히 지원한다”고 ‘증언’했다.
이번에는 축구와 경영활동 외의 일상적 관심사를 물었다. 역시 다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무척 바쁘실 텐데, 시간이 날 때면 주로 무얼 하시죠? 또 축구협회를 비롯한 체육단체 운영이 경영활동에 도움 되는 부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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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전 회장에게서 얼마 전 유발 하라리 교수(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의 명저 ‘사피엔스’를 선물 받아 열심히 탐독한 적이 있다. 정 전 회장은 축구협회 임직원들에게도 수시로 책을 선물한다. 이에 익숙하지 않았던 일부 직원들은 ‘어느 날 갑자기 회장님이 호출해 독서 테스트를 하면 어쩌지’라며 난감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정 전 회장도 업무차 해외출장이 잦다. 그럴 때면 꼭 책을 들고 비행기에 오른다는 것이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이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정재우 스포츠1부장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