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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안드로이드 부사장과 한국 여고생 개발자의 만남

입력 | 2016-07-08 14:34:00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수석 개발자와 미래의 한국 여성 개발자들이 만나 대담을 나눴다.

히로시 록하이머(Hiroshi Lockheimer) 안드로이드, 크롬OS, 구글플레이 수석 부사장과 미림여자정보과학고의 2, 3학년 여학생들이 구글코리아의 주선으로 지난 6월 24일(금) 구글코리아 역삼동 사옥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미래의 여성 개발자들은 록하이머 부사장에게 다양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록하이머 부사장은 학생들에게 개발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들려주었다.

다음은 그들의 대화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미림여자과학정보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있는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부사장(가운데) (사진=구글코리아)


1. 안드로이드, 크롬 개발에 대한 대화

록하이머 부사장: 여러분 혹시 안드로이드나 크롬과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습니까? 제 분야이니 자세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학생들: 크롬 웹 브라우저가 인터넷 오프라인이면 나오는 '공룡 게임(공룡을 조작해 장애물을 넘어서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는 플랫폼 게임. 크롬 웹 브라우저의 이스터에그다)'을 누구보다 잘 아실거예요. 혹시 평소에도 그 공룡 게임을 즐겨 하시나요?

록하이머 부사장: 처음 질문부터 제 예상을 뛰어넘는군요(웃음). 네. 가끔씩 해보고 있습니다. 그리 많이 플레이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구글 사옥에선 인터넷이 항상 온라인이거든요. 여러분도 인터넷이 끊기면 화가나지 않습니까. 이제 제가 질문을 할께요. 여러분들은 여고생인데, 어떻게 개발자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나요?

학생들: 앱이나 웹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이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실제로 배워보니 흥미로운 점이 많더라고요. 이제 진지하게 질문할께요. 우리는 크롬 웹 브라우저의 시크릿 모드(웹 서핑 기록이 남지 않는 기능)를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 크롬 웹 브라우저에 시크릿 모드를 추가할 생각을 하신건가요?

록하이머 부사장: 많은 사용자들이 웹 서핑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 프라이버시 관련 기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크롬에 시크릿 모드를 추가했습니다.

학생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처음 앱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록하이머 부사장: 일단 안드로이드 스튜디오(구글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개발도구)를 내려받아서 모든 샘플 코드를 보세요. 새로운 것을 접하고, 이를 계속 사용해봐야 합니다. 20년 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이전에 매크로 오브젝트를 바탕으로 시계를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계속 접하면 개발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요?

록하이머 부사장: 제가 만들라고 한거 아닙니다. 디자이너들이 만들자고 했습니다. 당시 디자이너들이 안드로이드에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작업을 진행했어요. 다양한 아이콘을 만들었고, 그 중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안드로이드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학생들: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변종 캐릭터들이 등장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록하이머 부사장: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구글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취향을 존중합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스타일, 색생, 크기 등이 다 다르죠. 때문에 사람과 기업들은 기존 안드로이드 아이콘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꿔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여기에 간섭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학생들: 구글에서 제공하는 개발도구의 상당수가 영어로 되어 있어요. 이러한 언어 장벽 때문에 개발 진행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 언제쯤이면 모두 한국어로 제공받을 수 있을까요?

록하이머 부사장: 많은 국가에서 자신들의 언어로 개발지원을 받길 원합니다. 구글도 이를 모두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도 이러한 부탁을 들었으니 본사에 돌아가 이 의견을 담당부서에 꼭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 한국 개발자들이 직접 개발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개발도구를 한국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록하이머 부사장: 좋은 현상입니다. 예전에 일본에 있을 때에도 그러한 현상을 접했습니다. 일본의 초기 개발자들이 그렇게 영어로 되어 있는 개발도구를 일본어로 번역했고, 그덕에 일본 개발자들이 한층 빠르고 편하게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생들: 다양한 국가의 개발자를 접해보셨을텐데, 한국 개발자만의 특징이나 장담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록하이머 부사장: 한국 개발자만의 특징을 꼭 찝어서 이거다라고 말해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다르듯, 개발자도 다양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은 대중교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반면 미국은 자가용이 더 중요하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사용자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글을 읽거나 게임을 합니다. 하지만 자가용을 끌고다니면 그럴 수가 없죠. 이렇게 나라별 차이에 따라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다릅니다. 개발자도 이러한 요구에 맞춰 달라져야 합니다.

학생들: 너무 진지한 질문만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엔 다른 것을 물어볼께요. 개발자들은 체크 셔츠만 입고다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진짜로 구글에 근무하는 모든 나라 개발자들이 그런가요?

록하이머 부사장: 모든 개발자가 체크 셔츠만 입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안입고 있잖아요. 하지만 체크 셔츠를 입고다니는 비율이 높은 것 같기도 하군요(웃음). 머리를 땋든, 수염을 길르든, 샌들과 양말을 같이 신든 모두 개인의 자유입니다. 저에겐 7살배기 딸이 있습니다. 이 아이가 여러분처럼 개발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 아내도 개발자인데, 저랑 생각이 같아요. 남자, 여자 구분 없이 모두 자신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2. 록하이머 부사장과 구글에 대한 대화

학생들: 록하이머 부사장님이 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록하이머 부사장: 우연의 일치였습니다. 사실 전 건축가가 되고 싶었어요. 소프트웨어보다 건물과 건축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일본에 거주할 때 삼촌이 건축가였습니다. 삼촌의 작품을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때문에 건축 관련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교를 3개월 정도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컴퓨터실에서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제 생각이 바뀌었죠. 컴퓨터가 정말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컴퓨터와 관련된 많은 것을 독학했습니다. 맥을 구매해서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터득했습니다. 대학의 다른 수업에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학생들: 구글에 오래 계셨는데, 구글의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반대로 10년 전과 동일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록하이머 부사장: 예리한 질문입니다. 10년 전 구글에 합류했을 때 구글은 검색 서비스 기업이었습니다. 지메일과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죠.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무인 자동차 등 많은 미래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구글은 큰 회사이지만, 또한 작은 회사이기도 합니다. 각 팀마다 아이디어와 하고 있는 일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3. 가상현실과 사물인터넷에 대한 대화

학생들: 가상현실 시장에서 구글 '데이드림(구글의 가상현실 플랫폼)'이 갖는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록하이머 부사장: 질문의 주제를 바꾸자마자 예리한 질문이 나오는군요. 가상현실은 새로운 것입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제법 오래되었습니다만, 2016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실현할 수 있게 되었죠. 가상현실을 경험하다보면 멀미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 파트너와 협력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같이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상현실과 관련된 많은 문제가 등장할 것이지만, 구글은 파트너와 협력해 결국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파트너가 많은 만큼 사용자 입장에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기기를 찾을 확률도 높아지겠지요. 이것이 데이드림의 경쟁력입니다.

학생들: 가상현실 상용화를 위해 구글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록하이머 부사장: 가상현실 기술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탑재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사들이 다양한 앱과 서비스를 개발할 것입니다. 가상현실에 가장 필요한 것은 콘텐츠입니다. 게임, 앱,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개발자들이 더 쉽게 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견고하게 구축할 것입니다. 구글과 개발자가 함께 시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학생들: 가상현실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록하이머 부사장: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존의 방식으로 경험할 수 없었던 가상현실만의 차별성이 사용자들의 흥미를 이끌어 낼 것입니다.

학생들: 안드로이드 7.0 누가(당시에는 코드네임 N으로 불렀다)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기존 버전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록하이머 부사장: 가상현실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누가에는 데이드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하면서 카카오톡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됩니다.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여러분을 포함해 많은 앱 개발자들이 이러한 변화점을 파악하고, 앱 개발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서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학생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물인터넷으로 확장할 계획은 없나요? 만약 있다면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록하이머 부사장: 이미 구글이 오픈 프로토콜(개방형 연결신호)의 형태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연결입니다. 각각의 기기가 어떤 운영체제를 이용하고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연결을 위한 오픈 프로토콜을 제공해야 합니다. 오픈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각각의 기기가 어떤 운영체제를 이용하든 서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핵심인 오픈소스를 프로토콜의 영역으로 확대한 것입니다.

학생들: 마지막 질문입니다. 구글은 사악해지지 않는다(Don't be evil)고 했는데, 지금도 과연 지켜지고 있나요?

록하이머 부사장: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구글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도 이뤄질 것입니다. 저도 항상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 힘쓰고 있어요.

구글 히로시 록하이머 부사장과 미림여자과학정보고 학생들 (사진=구글코리아)


히로시 록하이머 부사장은 약 20년 동안 운영체제, 컴퓨팅 플랫폼, 가전 분야에서 엔지니어링, 제품, 파트너십 직무를 맡아온 베테랑 개발자다. 구글에 합류하기 전에는, 마이크로소프, 팜, 굿테크놀로지, 비 등 다양한 모바일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관리자급 직책을 맡아왔다. 히로시는 티모바일의 사이드킥 스마트폰을 만든 데인저의 첫번째 직원이었다. 안드로이드 1.0이 공식 출시되기 2년 전인 2006년 구글에 합류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위한 제품 개발과 엔지니어링을 이끌어왔다. 현재는 구글 최고경영자가 된 순다 피차이의 뒤를 이어 안드로이드, 크롬OS, 구글플레이를 총괄 관리하고 있다.

미림여자과학정보고는 '마이스터' 고등학교로, 소프트웨어 계열 2개 학과와 UI/UX 디자인 계열 1개 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학교에서 직접 안드로이드 개발 과정을 학생들에게 지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재학 중에 앱을 개발해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등록한 것만 200건이 넘는다. 록하이머 부사장과의 대담에는 미림여자과학정보고 소프트웨어 계열 학과 2, 3학년 학생 7명이 참석했다. 그녀들은 모두 여러 개발 공모전에 참여해 직접 앱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현직 개발자들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