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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강성명]“강신명 청장 자기만 살자고…” 부글부글 끓는 부산경찰

입력 | 2016-07-02 03:00:00


부산=강성명·사회부

부산의 학교 전담 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청 특별조사단이 1일 공식 활동에 들어가자 부산지방경찰청 직원들은 하나같이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부끄러워서 제복을 입고 경찰서 밖으로 나가기도 싫고 여학생들이 볼까 봐 두렵다”는 경찰이 많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 처지를 부끄러워하면서 석고대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부산의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 지휘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예를 중시하는 경찰 조직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마당에 강 청장이 고작 2개월 남은 임기에 연연해 사의를 표명하지 않고 부산에 화살을 돌린다는 것이다.

한 경찰은 “경찰 조직이 문제는 많지만 이 정도로 이기적이진 않았다”며 “강 청장이 조직과 부하 직원을 생각한다면 본인이 사태를 안고 간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구태 정치인처럼 고개만 숙이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여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는 “강 청장이 사의 표명 없이 감찰 대상에 스스로를 올린 것은 남은 임기를 마저 채우기 위한 쇼”라고 주장했다. 부산에서는 본청 감찰 인력을 투입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까지 진행한 수사마저 지휘하겠다는 것은 ‘치욕적’이라는 반응이다.

과거 경찰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수장(首長)이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조직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려 한 적이 있었다. 2012년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일명 오원춘 사건)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에 이어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경찰대 1기)도 사의를 표명했다. 서 청장은 사표가 수리되지 않고 경찰대학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당시 그의 결단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여 년 경력의 한 형사는 “그때 일을 겪으면서 경찰대 출신도 리더 자질이 있다고 느꼈는데 이번엔 왜 지휘부에서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지 갑갑하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경찰대 2기 출신이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부산학교성폭력대책협의회도 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경찰은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제 식구를 감싸며 은폐해 온 이 사건이 이슈화되자 또다시 당사자들이 조사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특조단의 조사가 진정성을 의심받고 ‘셀프 감찰 쇼’라고 비판받는 마당에 특조단이 앞으로 강 청장과 이 청장 등에 대해 징계를 내린다고 해도 이에 공감하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

부산=강성명·사회부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