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 평전
그래도 오해는 풀고 가자. 이 책,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좀 과장하면 프롬 책보다 쉽다. 세계적 석학의 잠언은 아무래도 몽롱해지기 마련. 허나 평전은 소설가인 옮긴이 덕분인지, 꼼꼼하게 추적한 지은이 덕분인지 말끔하고 순탄하게 읽히는 맛을 지녔다.
게다가 프롬은 그의 저작만큼 생애도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사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비관이나 절망에 빠지기 쉬운 시기였다. 20세기 초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히틀러와 세계대전을 목도했고, 냉전시대 핵 위협과 혼탁한 자본주의도 겪었다. 게다가 가정 환경과 독특한 사상 때문에 프롬은 저자가 “감정의 삼각형”이라 불렀던 두 꼭짓점에 우울과 소외를 크게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저작들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났던 건 이런 연유였을 개연성이 높다.
“인간 실존의 모든 고난에 단 하나의 만족할 만한 대답은 바로 사랑이다.” 이젠 감정이 메말랐단 표현도 진부해졌지만 ‘All you need is love’(비틀스·1967년)를 어찌 부정하겠나.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