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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화백 “경찰이 4점만 가짜로 하자고 회유”

입력 | 2016-07-01 03:00:00

회견 갖고 “모두 진품” 거듭 주장… 경찰 “조사 영상 녹화… 제안 안해”




위작 논란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미술작가 이우환 씨(80·사진)가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씨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야 작가로서 국가 권력과 맞서게 됐다. 경찰 한 명이 조사 중에 변호사 등 사람들을 방에서 다 내보내고 조용히 제안했다. 위조범이 자백한 4점만 가짜로 인정하고 다른 건 진짜로 발표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회유에 응하지 않자 ‘위조범이 시인했는데 왜 그러느냐’고 경찰이 따지더라”라고 했다.

조사를 담당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조사 과정은 음성이 있는 영상으로 녹화했다.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씨는 회견에서 “경찰이 위작이라 밝힌 그림은 모두 틀림없이 내가 그린 진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직접 작품을 보지 않은 채 화랑에서 보낸 사진만 보고 작가확인서를 쓴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모든 작가확인서는 작품을 직접 보고 썼다”라고 답했다.

경찰이 지목한 위작 중 지난해 12월 K옥션에서 가짜 감정서와 함께 4억9000만 원에 거래된 그림에 대해서는 “표면을 닦아 내 색이 바랬지만 필치가 영락없이 내 것이라 진품이다. 하지만 캔버스 뒤 서명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명과 감정서가 위조됐다면 가짜라고 의심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해당 그림의 제작 시기인 1978년에 매달 30∼40점을 그렸다. 나 말고 다른 이가 서명하고 일련번호를 붙인 진품도 적잖다”고 답했다.

이 씨는 또 “그동안 거래한 화랑과의 관계나 판매한 작품의 가격 하락에 대한 걱정 때문에 위작을 본 적 없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유럽과 미국 시장 덕분에 먹고 산다. 한국 내 유통에는 관여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최근 해외 작품 거래에도 꽤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