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및 유제품의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이 2013년 원유가격 연동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내렸다. 이에 따라 조만간 우유제품의 가격이 소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낙농진흥회는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유가공업체들이 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의 기본 가격을 L당 940원에서 922원으로 18원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인하된 원유 가격은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후 소비자 가격도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소비자물가와 농가의 원유 생산비용을 반영해 매년 원유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농가는 원가와 마진을 보장받지만 우유업체들은 공급과잉으로 재고가 늘어도 원료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가격을 바탕으로 우유업체는 농가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원유를 사는데 이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낙농가의 반발이 심해 물량을 줄이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유업계는 제도 개편을 촉구해 왔다.
반면 우유 재고는 이보다 빠른 속도로 늘었다. 원유를 저장하기 위해 우유업체들이 만든 분유 재고량은 지난해 12월 1만9995t으로 전년 동기보다 8.2%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를 대체하는 식품이 많고 영·유아 수가 줄어 소비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우유 가격을 비싸다고 느끼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진흥회의 원유가격 인하 방침에 우유 업체들은 미지근한 반응이다. 한 우유 업체 관계자는 “인하 폭이 1.9% 수준이라 소비자 가격은 많이 내려야 100원 정도”라며 “이 가격으로 소비를 다시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