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이색이 말한다. ‘글 읽기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서 깊고 얕음이 모두 스스로 깨쳐 얻음에 달려 있다.’ 퇴계 이황이 비유한다. ‘산을 유람하는 것이 책 읽는 것과 같구나. 낮은 데서부터 공력을 다할 것이며 깊이를 얻는 것도 자신에게 달렸어라.’ 한강 정구(1543∼1620)가 거든다. ‘독서는 산을 유람하는 것과 같아서 두루 돌아다녀도 그 뜻을 모르는 이가 있으니, 산수(山水)의 정취를 알아야 유람했다 할 수 있으리.’
이상은 모두 제목이나 구절에 ‘독서는 산을 유람하는 것과 같다’는 뜻의 독서여유산(讀書如游山)이라는 표현이 있는 한시(漢詩)들이다. 조운도(1718∼1796)의 ‘유청량산기(遊淸凉山記)’도 독서를 말한다. ‘산을 언뜻 보고 놀다 지나가기를 욕심내거나 힘들여 오르다 지치면 빼어난 경치를 구경할 수 없거늘, 내가 예전 읽었던 책은 이 산을 처음 볼 때와 마찬가지였으니 산을 유람하는 것이 독서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에서 작년 한 해 책 한 권 이상을 읽은 사람의 비율, 즉 연평균 독서율은 성인의 경우 65.3%로 199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 1인당 독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권이며 유엔 193개 회원국 중 160위권이라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찾는 등산 인구는 2000여만 명으로 추정된다.
옛 선비들의 ‘독서여유산’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취미란에 가장 흔하게 적어 넣곤 하는 것이 독서와 등산 아니던가.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을 읽는 독서 인구 2000여만 명’에 이르러 요산요서(樂山樂書)하는 미래를 꿈꿔 본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