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절라 덕워스 ‘그릿(Grit)’
그릿은 사전적으로는 기개, 투지, 용기 등으로 번역된다. 그의 테드 강연 직후 국내 언론은 ‘기개’를 선호했다. 그러나 덕워스 교수는 그릿을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몇 년이고 꾸준히 노력하는 열정과 끈기’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한 단어의 한국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덕워스 교수의 명성이나 성공도 따지고 보면 그릿 덕분이다. 그는 20대 때 뉴욕 시의 공립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그는 ‘성적이 좋은 학생 중 일부는 지능지수(IQ)가 그리 높지 않고, IQ가 높은 학생 모두가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닌’ 이유를 찾고자 했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해 심리학을 공부했다. 그는 △미 육군사관학교의 생도 중 누가 신입생 프로그램(일명 ‘야수의 막사’)을 끝까지 받는지 △전국맞춤법대회에서 누가 그 치열한 경쟁을 이겨 내는지 △어떤 세일즈맨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좋은 판매 실적을 내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가 ‘그릿’이란 것이다. 풀어 쓰면 ‘열정과 끈기를 갖고 많은 시간을 꾸준히 노력한 사람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영의 팀 동료들은 “네 아빠는 권위주의적 절대군주 같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영은 “실상을 몰라서 그런 생각을 한다. 내 부모님은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나에게 묻고 내 얘기를 경청해 줬다. 결국 최종 결정자는 나 자신이었다”고 말했다. 덕워스 교수는 “자녀의 그릿을 키우는 ‘현명한 부모’는 자녀에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면서 그만큼 충분히 지원하고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요구만 하면서 도와주지 않는 경우가 ‘권위주의 부모’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덕워스 교수의 신간을 소개하며 “자녀를 엄격하게 훈육하는 엄마, 즉 ‘타이거 맘’(호랑이 엄마)의 시대가 가고 자녀의 열정과 끈기를 키워 주는 ‘그릿 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적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