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부산-TK 현지 반응
○ 정치적 결정에 반발, 지역 따라 온도 차
광고 로드중
상대적으로 TK 지역의 반발은 더 컸다. 발표를 앞두고 ‘밀양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고 실제 용역 결과도 밀양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김해공항을 무리하게 확장하면 엄청난 예산이 들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새 공항을 추진한 것”이라며 “정부가 이 같은 확고한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결정할 줄 알았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승복 여부에 대해 권 시장은 “김해공항 확장이 정말 영남권 항공 수요를 감당하는지 증명되면 수용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용역 검증과 함께 영남권 시도민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주열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 유치추진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2000만 주민의 여망을 짓밟은 국민 사기극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다시 일어서서 신공항 재추진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황폐화하고 있는 지방을 살리기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신공항을 추진했는데 부응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정치적 결정이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이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돼 신공항 문제를 영남권 갈등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각 지역의 여야 의원들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지역 간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김해공항 확장안을 발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당위원장인 윤재옥 의원도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지역 민심을 잘 수렴해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역 의원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또다시 백지화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발표된 것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대상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안도
광고 로드중
경남 밀양시 하남읍 백산리 칠정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정문 씨(77)는 “이 좋은 옥토를 두고 어디로 떠난다는 말이냐. 잘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최광호 농촌지도자하남읍회장(62)도 “주민의 80% 정도는 공항 건설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나 외지인들만 찬성할 뿐”이라고 전했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백산리 야촌마을 안지찬 이장(52)도 “농민 처지에서는 보상을 받더라도 농협 부채를 정리하면 별로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밀양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밀양에 공항이 건설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부동산 투기 바람이 다시 불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부산=조용휘 기자/ 밀양=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