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블록을 조립해 본 적이 있는지. 어른 세대가 기억하는 레고는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장난감 블록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설명서를 차근차근 따라 하며 포장 박스에 그려진 대로 멋진 성이나 자동차 따위를 만드는 ‘키트’가 중심이다.
하지만 레고를 설명서대로 조립하는 것이 창의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까? 미국과 노르웨이 경영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는 창의성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아예 회피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실험으로 이를 확인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셋으로 나눠서 1번 그룹에는 레고 달 탐사선 키트를 만들게 했다. 반면 2번 그룹에는 같은 블록들로 아무것이나 자유롭게 만들게 했다. 마지막 3번 그룹에는 레고를 주지 않았다. 그런 다음 모두에게 논리력 시험과 창의력 시험을 실시했다. 논리력 시험 성적은 비슷했지만, 창의력 시험에선 정해진 설명서대로 블록을 쌓았던 1번 그룹만 유독 성적이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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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 결과는 기업이 혁신을 추구할 때 조직 문화를 분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의 디즈니는 일상 업무를 하는 직원과 상상력이 필요한 일을 하는 직원을 구분해 관리한다. 즉, 두 가지 종류의 일을 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다. 독일의 BMW도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일반 사무직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도록 분리해 뒀다. 논리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문제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