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워싱턴 재무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했다. NSC에서 올랜도 테러 수사와 범인 오마르 마틴이 충성 서약한 ‘이슬람국가(IS)’ 격퇴 전략을 논의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트럼프 비난에 무려 20분을 썼다. 작심한 듯한 그의 목소리는 회견 내내 브리핑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CNN은 “이렇게 화가 난 오바마 대통령의 표정을 최근 본 적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정부의 IS 격퇴 전략을 짧게 소개한 뒤 트럼프를 정조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모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색칠하는 덫에 빠지거나 우리가 한 종교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이는 테러리스트를 돕는 것”이라고 트럼프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내가 ‘급진적 이슬람’ 대신 ‘급진적 과격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트럼프가) 문제 삼는 것은 정치적 주장이자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라며 “‘급진적 이슬람’이라는 용어에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마술이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목소리를 점차 높이며 “이 용어(급진적 이슬람)를 사용해 우리가 이루려는 게 정확히 무엇인가? 그 용어가 정확히 무얼 바꿀 수 있나? 그것이 IS가 미국인들을 덜 죽이게 약속해 주는가? 군사적 전략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위협을 다른 용어로 부른다고 위협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내 명령에 따라 (9·11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라덴을 처치하기 위해 목숨을 걸거나 이라크와 시리아의 전장에 간 남녀 군인과 특수부대 요원들은 (내가 ‘급진적 이슬람’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도) 적이 누구인지 정확히 안다”며 “(트럼프 같은 정치인들이) 짖어대는 말들은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희생하는 이들의 노력을 막지 못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날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유세에서 “트럼프가 테러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마치 테러리스트 편이라는 식으로 언급했는데 이는 수치스럽고 도를 넘은 것”이라고 트럼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슬림 입국 금지는 공화당의 원칙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