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약진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여성 출연자들의 주체적인 모습을 담아 호평을 받고 있다. KBS 제공
‘언니들의…’는 오랜만에 등장한 여자 예능이다. 2005년 KBS ‘여걸식스’, 2007년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 등이 화제를 모았지만 이후 명맥이 끊긴 상황.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자들이 요리, 육아까지 차지한 남자 위주 예능에 대한 사람들의 피로감이 높아졌다. 그간 감초 역할을 해온 여자 연예인들이 요즘 ‘걸 크러시’(여성이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현상) 등으로 입지를 높여 왔다”고 말했다. 가부장에 대비되는 ‘가모장(家母長)’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김숙,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치타 여사’로 화제를 모은 배우 라미란 등 인기 여자 방송인 여섯이 모였다.
남자 게스트에 의존했던 ‘여걸식스’ 등과 달리 ‘언니들은…’은 여자들이 진짜 주인공이다. 김숙은 관광버스를 운전할 수 있는 1종 대형면허 취득의 꿈을 이루는 등 각자 소망을 설정하고 꿈에 도전한다. 다른 출연자, 남자 게스트는 주인공의 꿈을 이루기 위한 조력자일 뿐이다. 여성을 주체적으로 그린다는 점이 여성 시청자들을 끌고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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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의 약진으로 MBC ‘라디오스타’의 여성 버전이 제작되는 등 여자 예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방송 관계자는 “‘도전기’ ‘센 토크’ 같은 형식은 그간 많은 예능에서 다뤄져 왔다”라며 “‘여자 예능’이라는 거품이 걷힌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석희 방송칼럼니스트도 “단순히 ‘인기 여자 방송인이 나오는 프로’가 아니라 프로 자체의 색깔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