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제안사이트 통해 결실 학부모가 ‘자율 방범대’ 아이디어 내 市, 정책 반영… 초등교 시범운영, 학교주변 안전지도 만들고 공유까지 올 진행 프로젝트 15일까지 접수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만들고 그 정책의 추진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는 ‘일리 있는 디자인’ 웹사이트. ‘어린이 안전 히어로’를 시민들이 직접 구성할 수 있도록 각종 자료가 공개돼 있다.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구로구 동구로초등학교. 평소 같으면 조용했을 멀티미디어실에 어린이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들의 어깨에는 ‘BIG HERO(빅 히어로)’라고 쓰인 황금색 망토가 둘러져 있었다. 4, 5학년 학생 25명으로 구성된 ‘어린이 안전 히어로’들이다. 이들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위험하거나 안전한 곳이 어디인지’라는 주제로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위원의 강의를 들은 뒤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다.
▲5월 12일 서울 동구로초교 ‘안전 히어로’들이 폐쇄회로(CC)TV가 있는 곳을 가리키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날 학교 주변을 탐방하며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서울시 제공
안전 히어로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지난해 11월. 한 학부모가 서울시 시민 제안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시작했다. 그는 ‘최근 어린이 관련 범죄가 늘어나 걱정이 된다. 초등학생이 어른들과 함께하는 자율방범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말 동구로초교가 시범 운영 대상으로 정해졌다. 이 학교 어린이들은 교사, 경찰과 함께 정기적으로 동네를 순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과 올 5월 두 차례에 걸쳐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자세한 사업 추진 과정과 결과물을 올려놓았다. 어린이들이 입은 히어로 활동복의 제작 사양, 활동 매뉴얼, 안전지도에 활용할 스티커 도안도 내려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활동복 샘플을 투표하는 과정도 영상으로 공개됐다. 서울시가 나서지 않아도 학교와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안전 히어로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디자인 거버넌스(협치)’ 사업의 하나다. 시민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진행될 새로운 프로젝트 관련 제안을 15일까지 받는다. 홈페이지의 ‘제안하기’ 코너를 통해 제출하면 정책위원회의 심의와 시민 투표를 거쳐 선정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