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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비용 사후청구, 48억 한도내 국고 지급… 정당들 ‘홍보비 부풀려 허위신청’ 유혹 빠져

입력 | 2016-06-10 03:00:00

[선관위, 국민의당 고발 파장]4당이 182억 청구… 정의당 최다
수의계약 많아 검증 쉽지 않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대법관)가 검찰에 고발한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관련 의혹 자체는 정치권에선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선거 때 당이나 출마자(후보)가 홍보·광고 업체와 짜고 선관위에 비용을 부풀리거나 허위로 신고한 뒤 돈을 챙기는 ‘선거 보전 비용 빼돌리기’는 일종의 관행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는 선거 비용 보전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선관위는 지역구 후보와 마찬가지로 각 당 비례대표 선거 비용도 선거 후에 신청을 받아 보전해 준다. 비례대표 후보 역시 지역구 후보와 마찬가지로 선거 공보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정당 투표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TV 광고 등 각종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관위는 비례대표 당선자를 1명이라도 배출한 정당에 대해서는 국고에서 48억1700만 원 한도 내에서 실사를 거쳐 실제 사용한 만큼 선거 비용을 보전해 준다.

이번 총선에서 4개 정당이 보전 신청한 비례대표 선거 비용은 180여억 원에 이른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과 관련해 41억3585만 원의 비례대표 선거 비용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2억3820만 원이 허위 청구였고, 이 돈이 김 의원 관련 업체와 일부 당직자 등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선관위 조사 결과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선거 비용으로 △새누리당이 47억532만 원 △더민주당이 45억8780만 원 △정의당이 47억9742만 원을 각각 보전해 달라고 선관위에 청구했다. 정의당이 가장 많은 액수를 신청했다. 명목은 비례대표 선거 비용이지만 공보물 제작이나 광고 등 각 당의 홍보 비용이다.

선거 때마다 ‘선거 보전 비용 빼돌리기’가 반복되는 건 수십억 원에 이르는 홍보 계약을 당 핵심 인사 몇 명이 수의계약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정당 문화의 특수성이 한몫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이번 총선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사실상 김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와 20억 원에 이르는 홍보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선거 때 홍보대행사 입찰을 하다 보면 홍보대행사 측에서 ‘어느 정도를 리베이트로 내겠다’고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고 했다.

또 구체적인 제보 없이는 실사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홍보·광고 대행업체와 후보자 측이 담합해 선거 비용을 부풀려 신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선거 비용 보전 허위 청구죄를 신설해 선거 비용을 과다 계상해 청구할 경우 당선을 무효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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