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개 항모전단 투입 ‘동행 항해’… 남중국해 동시 집결은 처음 中전투기, 이번엔 동중국해서… 美정찰기에 근접비행 위협 美 경고에도 인공섬 시설 확충… 中,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가속
미국이 남중국해에 두 척의 항모를 동시에 출동시켰다. 동중국해 상공에선 중국 전투기가 미군 정찰기의 진로를 방해하며 위협 비행을 했다. 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폐막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인 양국이 회의가 끝나자마자 한 치 양보 없는 기세 싸움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현상 변경 시도에 맞서 미 해군력의 상징인 항공모함 전단을 남중국해에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7일 미 해군에 따르면 일본 요코스카 항에 정박하던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이 4일 요코스카 항을 떠났다. 레이건함은 3월부터 남중국해에서 작전 중인 항모 존 스테니스함과 합류할 예정이라고 홍콩 밍(明)보가 8일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두 개의 항모전단은 일정 시간 ‘동행 항해’를 하며 무력시위를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스테니스 전단은 7월 초 하와이에서 진행되는 환태평양군사훈련(림팩)에도 참가한다. 두 개의 항모전단이 남중국해에 동시 집결한 것은 처음이다. 밍보는 “중국의 영향력 확장에 대응해 미국의 항모가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임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10일부터 8일간 일본 인도와 서태평양에서 대규모 합동 해군 군사훈련도 진행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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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따르면 이날 중국 공군의 J-10 전투기가 미 공군 소속 RC-135 정찰기에 점점 다가오면서 갑자기 속도를 크게 높여 진로를 방해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전투기가 이날 미 정찰기에 30m가량 근접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달 17일에도 남중국해상 국제공역에서 J-11 전투기 2대를 보내 미 해군 소속 EP-3 정찰기에 15m까지 초근접 비행을 하며 위협했다.
중국은 미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공섬에 시설을 확충하는 등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밍보는 8일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의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 파이어리크로스 환초(융수자오·永暑礁), 수비 환초(주비자오·渚碧礁) 등에 인공섬 시설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융수자오에 건설되는 병원은 이달 말에 완공되면 곧 개원한다. 메이지자오와 융수자오에 각각 설치되는 등대는 연내 가동을 시작한다. 메이지자오 등대는 높이 60m로 난사군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어서 주변 20해리(약 37km) 밖에서도 불빛을 볼 수 있다.
미국 중국은 이번 전략경제대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으나 남중국해 문제에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설전을 벌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