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자금세탁 우려국’ 지정]美 고강도 금융제재 실효성은
6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북한과 미국 금융기관 간 거래를 금지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까지 미 정부가 제재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갖췄다. 미국 내 북한의 금융거래가 거의 없고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다.
미 당국은 현재 북한이 중국 상하이 등지의 여러 은행 가명·차명 계좌 수십 개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비자금 수억 달러를 예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근로자 송출 등을 통해 번 달러를 평양으로 운반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올 3월 북한인 2명이 15만 달러(약 1억8000만 원)를 운반하다 스리랑카 세관에 적발된 것처럼 해외 근로자들이 외환사범으로 몰릴 가능성도 높다.
중국은 2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뾰족한 대응 수단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금융기관이 북한과 거래하다 걸려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를 못하게 되면 ‘달러 기축통화 질서’ 체제에서는 중국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의 달러 거래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이 국내법과 국내 은행 통제로 세계금융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비공식 거래를 하는 중국 금융기관 상당수가 지방 소도시 은행이어서 미국과의 거래 자체가 별로 없어 제재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BDA 제재 이후 미 정부의 감시망을 피하려고 뭉칫돈이 아니라 소액으로 분산해 중국 지방 은행에 계좌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제재는 달러화 거래만 해당되기 때문에 위안화, 루블화 등 중국, 러시아 화폐를 이용해 제재를 피해 갈 수도 있다.
한국 외교부는 2일 “북한의 비핵화와 실질적 변화를 위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미국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검토 마감 시한보다 앞당겨 발표된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2월 미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미 정부는 법 발효 후 180일(8월 16일)까지 검토 조치를 마쳐야 하지만 이보다 훨씬 빠른 104일 만에 지정 작업까지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