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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임인권]디젤 엔진 지원사업, 국민 건강 위협한다

입력 | 2016-06-01 03:00:00


임인권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

미세먼지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또는 산소 분자) 정도라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깊숙이 침투하고, 폐는 미세먼지를 산소 분자로 오인하여 혈관으로 유입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매연 입자들의 99%는 입자의 평균 직경이 2.5μm(PM 2.5) 이하다. 예전의 기계식 연료분사 방식이든, 소위 친환경 엔진의 초고압 분사 방식이든 마찬가지이다.

2000년 중반 국내에 도입된 CRDI(Common Rail Direct Injection) 초고압 연료분사 방식은 이산화질소 노즐에서 분무되는 연료 입자가 획기적으로 작고 연소효율이 좋아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매연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 기술만으로 거의 모든 엔진 배출물 규제를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미세입자들이 약 500배에서 1000배 이상 더 많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즉 인체에 더 해로운 미세먼지가 친환경 엔진에서 수백 배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정책들은 이런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 오래된 지게차 엔진을 소위 친환경 엔진이라는 CRDI 엔진으로 교체하는 지원사업을 예로 들어 보겠다. 정부는 대부분 실내 공장에서 사용되는 디젤지게차의 매연 감소를 목표로 삼고 대당 1700만 원 정도의 국가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이는 국민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해 조치이자 귀중한 국민 혈세 낭비다.

약 15년간 디젤엔진 배기 저감장치를 연구개발 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무지한 정부 정책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기존 엔진에서보다 훨씬 많이 배출되는 작은 미세먼지 입자가 실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험하고 무모한 정책이 어떻게 기획되고 추진될 수 있는지, 미세먼지의 위해성과 추후에 야기될 수 있는 국가적 배상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해봤는지 의문스럽다. 유럽 여러 국가가 오래전부터 디젤엔진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매연저감장치(DPF) 부착을 의무화한 까닭은, 바로 이런 위험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말로 디젤자동차의 증가를 막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디젤자동차에 장착된 배출물 저감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자주 확인하기 위해 환경배출물 검사를 신설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또 정부가 최근 10년간 4조50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한 저감장치 사업도 장치 부착 이후 3년간 검사가 면제되는 혜택을 받고 있지만 그 효율성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일고 있다.

국민은 발생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계산,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진국형 정부를 기대한다.

임인권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