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며 타자들 컨디션 상승
5월 경기당 홈런비율 2.28개 후끈
여름이 다가오며 타자들의 몸이 풀린 걸까. 4월까지 투고타저(投高打低)의 조짐을 보이던 KBO리그가 5월 들어 변화양상을 띠고 있다.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주말 3연전 15경기에서 홈런포가 49개나 쏟아지는 등 이달 들어 투타의 흐름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KBO리그 전체 평균타율은 2014년과 지난해 각각 0.289와 0.280 을 기록해 타고투저의 최고조에 이르렀다. 리그 평균방어율은 2014년 역대 최초로 5점대(5.21)를 돌파했고, 지난해 역시 4.87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올 들어 투수들의 지표가 개선되며 투고타저의 바람이 잠시 불었다. 4월 1일 개막일부터 한 달간 리그 평균방어율이 2014년과 2015년 4.70에서 올해 4.37로 좋아진 것. 평균타율은 0.272로 지난해(0.265)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4월 방어율 4.37은 최근 3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였다. 그런데 5월부터 타자들의 방망이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23일까지 5월 리그 평균타율이 0.298 를 찍어 4월보다 무려 2푼6리나 뛰어올랐다. 방어율 역시 5.64를 기록해 전월보다 1.27이 높아졌다.
롯데 4할타자 김문호의 고공행진도 무시할 수 없다. 김문호는 올 시즌 39 경기에서 타율 0.422를 기록하며 타고투저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 김문호의 질주에 삼성 구자욱(0.377)과 테임즈(0.368), 두산 민병헌(0.367) 등도 고타율을 유지 중이다.
5월 들어 바뀐 투타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은 타자들의 컨디션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날이 더워지면 그간 움츠러들었던 타자들의 몸이 풀린다”며 “같은 날씨라도 투수보다 타자들이 훨씬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MBC스포츠플러스 양준혁 해설위원은 “선발투수들의 경우 로테이션을 다섯 번 이상 돌게 되면 초반 오버페이스에서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반면 타자들은 날이 더워질수록 페이스를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오랜 세월을 기다린 타자들의 활약도 이유로 꼽혔다. SPOTV 민훈기 해설위원은 “타자 유망주들이 입대를 빨리 결정해 상무나 경찰청에서 힘을 키운 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김문호나 김재환 등이 이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