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경제부
당시 수사 결과 남양유업은 2007년 10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대리점에서 꺼리는 제품을 대리점에 강매한 게 드러났다. 대리점별로 판매 목표를 설정해 놓고 목표에 미달하면 본사 영업직원이 대리점 주문량을 마음대로 정하고 거기에 맞춰 공급하는 ‘밀어내기’ 영업도 했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구입강제(밀어내기) 행위에 대해 단일 회사에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9억6400만 원을 물렸다.
하지만 최근 이 과징금이 2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공정위가 3일 내놓은 의결서에 따르면 공정위 제1소회의는 남양유업에 대한 과징금을 5억 원으로 확정했다. 역대 최대였던 제재 수준이 3년 만에 ‘쥐꼬리’로 바뀐 것이다.
공정위는 그때서야 뒤늦게 남양유업 전국 1196개 대리점을 찾아다니며 주문 수량 등 부당행위를 증명할 컴퓨터 로그 기록을 뒤졌다. 하지만 성과는 초라했다. 남양유업이 2014년 전산 주문시스템을 업데이트하면서 이전 로그 기록을 삭제했고, 최초 주문 기록을 갖고 있던 대리점은 6곳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는 남양유업이 전산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빌미로 증거를 고의적으로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공정위는 농심, SK그룹 등 대기업을 상대로 수백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패소하는 일이 잦다. 모두 허술한 초기 대응이 불러온 문제는 아닌지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갑질’ 기업보다 을(乙)을 더 서럽게 만드는 건 무능한 ‘경제검찰’일지 모른다.
세종=박민우 경제부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