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감독-NC 김경문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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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야구에서 ‘육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계속 나와야 선수 선순환이 되고, 가용 선수층이 두꺼워지면서 전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 구단들도 2군의 중요성을 깨닫고 훈련장을 짓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장’이 마련된다고 화수분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단과 현장에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인재를 키워내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포지션별 스카우트부터 시작해 군 입대나 프리에이전트(FA)와 같이 선수들이 자리를 비우게 되는 시기까지 고려해서 향후 5년, 더 멀리는 10년이나 20년을 바라보고 운영계획을 세워야한다.
● 끊임없는 인재 발굴…NC-넥센은 어떻게?
현재 10개 구단 중 인재를 가장 잘 발굴하는 팀은 NC, 넥센이다. 넥센은 올해 확실한 선발진을 꾸리지 못한 채 시즌에 돌입했지만 신재영(27), 박주현(20) 등이 혜성처럼 나타나 마운드를 떠받치고 있다. NC도 이태양, 에릭 해커 등이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정수민(19일 고척 넥센전 5.1이닝 1실점)이 빈 자리를 메웠고, 박준영(19) 구창모(19) 같은 신인 투수들로 불펜진을 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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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뽑은 것은 아니다. 신재영이 트레이드 카드에 이름을 올린 이유가 있었다. 김 팀장은 “신재영은 (이장석) 사장님과 스카우트 팀이 눈여겨봐뒀던 친구였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지명 대상자에도 포함돼 있었다”며 “팔이 아픈 것은 그동안 너무 많이 던졌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군 문제도 해결해야 했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생각해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넥센은 신재영이라는 ‘원석’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마했다. 그리고 3년 뒤 팀에 가장 필요한 순간 찬란한 빛을 내는 ‘보석’으로 만들어냈다.
NC도 넥센으로부터 임창민이라는 ‘보석’을 얻었다. NC는 2012년에도 넥센에 김태형을 내주고 임창민과 차화준을 받는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2군에서 (임)창민이가 던지는 것을 봤다”며 “그때는 선발로 등판하고 있었는데 우리 팀에 오면 불펜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임창민은 NC 유니폼을 입은 지 3년 만에 공룡군단의 믿음직한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
● 장기적 안목과 인내가 육성의 핵심
신재영과 임창민을 뽑은 두 팀의 안목은 탁월했다. 선수의 자질을 알아본 게 윈-윈 트레이드로 이어진 첫 번째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 ‘안목’도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1군 감독도 2군 경기를 봐야한다”, “선수를 잠깐 봤다고 다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김경문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어떠한 편견도 없이 선수를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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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동기부여를 중요시한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1·2군 선수들을 대거 데려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1군에서 주전선수들과 훈련을 해봐야 (1군에) 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뿐 아니다. 시범경기나 결원이 생겼을 때 1군에서 역할을 하면 적극적으로 기회를 부여한다. 2군 선수들에게는 열심히 하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을, 1군 선수들은 언제든지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재능이 없다든지, 육성 과정에서 실패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두 팀은 이 과정까지도 이해하고 기다리는 자세가 갖춰져 있다. 김 감독은 2016년 신인 박준영이 잘 던질 때도 “잘 해주고 있지만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고 성급한 판단을 보류했고, 염 감독 역시 “박주현에게는 기대보다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선수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계산을 하지 않는 게 육성의 첫 번째 원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선수는 이해심과 인내가 만든다. 이런 부분이 두 팀이 보여주고 있는 화수분야구의 원천이기도 하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