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探書(탐서)의 즐거움/윤성근 지음/304쪽·1만5000원·모요사 ‘탐서의 즐거움’ 펴낸 윤성근 씨
헌책방을 운영하는 윤성근 씨는 “작가의 대표작에 국한하지 않는 책읽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은평구의 작은 상가 2층에 자리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씨(41)는 이곳 주인이다. 2007년 길 건너 건물 지하에 개점했다가 지난해 5월 이사했다. 새로 꾸민 공간이지만 편안하게 낡았다. 이번에 낸 책도 마찬가지다. 예스러운 표지 디자인이 새것임에도 푸근하게 낡아 보인다.
“세련된 속표지를 밖으로 뺄까 고민하다가 책 내용과 어울리는 모습을 택했다. 헌책 이야기니까, 그 시절의 책을 기억하는 독자에게 이미지와 촉감으로도 반가운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권두에 컬러 화보를 모아 실은 편집도 그런 의도다. 젊은 독자들이 그냥 촌스럽다고만 볼까봐 좀 걱정이다. 하하.”
“지금은 손으로 쓴 초고를 옮기는 용도 말고는 컴퓨터를 거의 쓰지 않는다. 자료 저장은 절대 안 한다. 종이에 쓴 글은 찢겨도 대개 복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디지털 데이터는 한 번 상하면 복구할 수 없다. 정보와 지식을 가장 안전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매체는 여전히 책이다.”
2002년 6월 서울 종로서적 폐점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 ‘어릴 때부터 책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책을 위해 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 것. 출판사와 큰 헌책방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3년만 버텨보자’는 목표로 문을 열었다.
헌책이 품은 사연을 알알이 엮은 이번 책 마지막 페이지는 ‘쓸쓸해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는 문장으로 맺었다. 그는 “헌책방 운영자이기 전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글을 정리하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헌책에는 당시 사회상이 오롯이 녹아 있다. 우리 사회가 예전보다 발전했다고 하지만 헌책을 읽다 보면 과연 달라진 부분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마음속에 책 한 권 꽂아두는 여유로움으로부터, 보다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과 보다 편안한 관계 맺음이 빚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