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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톡톡]한복 이미지를 소비한다, 색다르니까

입력 | 2016-05-13 03:00:00


사진편집=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사진=김재명 기자

《 요즘 한복을 입고 고궁이나 거리에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특유의 맵시와 고운 색감은 단번에 시선을 끕니다. 한복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을 만나 한복 바람의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젊은층 한복 열풍

“사극이 인기를 끌면서 한복도 주목받게 됐죠. 거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놀이 문화가 결합하면서 한복 입기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놀이 문화가 됐습니다. 한복을 이미지로 소비하는 현상이 나타난 거죠.” ―최범 씨(59·디자인평론가)
 
“평소 모던한복을 많이 사 입는 편이에요. 소재도 고급스럽고 색감이 예뻐요. 길에서 흔히 보는 옷이 아니라서 좋죠. 곧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가요. 사진 많이 찍어서 한국 전통 의상이라고 소개할 거예요.” ―임해나 씨(28·유학준비생)

“한복을 입고 전주한옥마을로 엠티도 가고 고궁 산책도 하고 단체로 영화도 봐요. ‘일상 속 문화사절’인 셈이죠. 이화학당에서 옛날 선배님들처럼 공부도 해보고 동아리 방에서 저고리 걷어붙이고 치킨도 먹었어요.” ―홍민지 씨(22·이화여대 통계학과 3학년)

“매달 7일에 한복을 입고 등교합니다. 두루마기를 카디건처럼 즐겨 입었어요. 어느 날은 교수님이 잠깐 일어나서 학우들에게 한번 쭉 보여주라고 하기도 하셨어요. 요즘엔 한복이 신소재로 만들어져 물빨래도 가능합니다. 여름용 얇은 소재의 한복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어요.” ―나윤호 씨(20·한국외국어대 한복동아리 ‘아람’ 부회장)

“특이한 경험을 하면 기념으로 SNS 계정에 인증샷을 올려요. 올 2월엔 한복 입고 서울 삼청동 갔던 사진을 올렸어요. 한복스타그램, 한복나들이, 한복여행 등으로 태그를 달았는데 석 달 사이 팔로어가 100명 정도 늘었어요. 한복으로 검색해서 들어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진소현 씨(25·대학생)

늘어나는 한복 대여점

“한복을 맵시 있게 입는 법을 알려주는 웹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매일 고민해요. 날씨가 더워질 땐 한복 저고리를 크롭티(짧은 상의)처럼 짧게 입고 테니스 스커트나 H라인 청치마에 매치해 봐요.” ―이지언 씨(25·한복판매점 ‘하플리’ 대표)
 
“전주에서 교동, 전동, 풍남동 일대 한복대여점이 1년 새 5곳에서 60여 곳으로 늘었어요. 손님들은 커플, 가족, 친구 사이까지 다양합니다.” ―김재열 씨(57·전주 한옥마을 한복대여점 ‘달콤삼삼’ 대표)
 
“손님이 많아 회전율이 빠르다 보니 세탁에 특히 신경 씁니다. 제가 직접 물빨래 하고 건조하죠.” ―김민정 씨(42·전주 한옥마을 한복대여점 ‘예쁜 걸’ 대표)
 
“30년간 서울 광장시장에서 한복 사업을 하고 있어요. 체격이 큰 외국인 손님이 왕왕 오세요. 큰 사이즈의 한복도 미리 갖춰 놨죠.” ―이화섭 씨(59·별궁터한복 대표)

이래서 한복 입어요

“올해 9월에 아들이 결혼해서 한복을 맞추러 왔어요. 저는 푸른 쪽빛 치마를 입고 사돈 되실 분은 철쭉색 치마를 입기로 했어요. 최대한 모양은 얌전하게, 색은 선명한 걸로 하기로 했어요.” ―김인숙 씨(61·추어탕집 운영)
 
“국어 선생님이 평소에 늘 개량한복을 입으세요. 가끔 그 복장으로 택견도 보여주세요. 선생님 영향으로 언젠가 개량한복을 한 벌 살 것만 같아요.” ―김종원 군(18·고등학생)
 
“교복이 개량한복이었어요. 자부심도 있었지만 사실 가방이나 신발이 교복과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줄이거나 수선해서 멋을 내기도 힘들었고요.” ―양모 씨(26·회사원)
 

“외국에 사는 한국인 중 가족과 친지를 위해 한국에서 결혼식을 또 치르는 분들이 있어요. 보통 향교 같은 곳에서 전통혼례를 하더라고요. 전통혼례복은 녹의홍상(초록 저고리와 다홍치마), 소매가 넓은 활옷이에요. 요즘엔 여성 예복인 원삼도 인기가 많아요.”―신복순 씨(63·금양주단 대표)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OK

“은행 일을 보러 가고 있는데 분홍색이 눈앞에 확 어른거렸어요. 벚꽃이 지고 난 뒤 분홍색 한복을 입은 학생들이 경복궁 쪽으로 가더라고요. 너무 보기 좋았어요. 예쁘고 화사하고 기분도 좋아지더군요.” ―강상구 씨(48·회사원)
 
“한복 입기에 대해 민족주의적 포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은 한복을 입고 놀고 싶어 하는 겁니다. 이들의 행위를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라든지, ‘한복의 세계화’라든지, ‘K패션’이니 하는 말로 섣불리 규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범 씨(59·디자인평론가)
 
“한복을 입고 다니면 ‘오늘 무슨 날이에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우리 전통문화 한복을 많이 입고 사랑하자’처럼 캠페인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의복 선택의 폭이 늘어났다는 식으로 좀 더 가볍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예쁜 옷 입은 사람을 보면 ‘저 옷 사서 입고 싶다’는 욕망이 자연스레 생기는 것처럼요.” ―권미루씨(36·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단체 한복놀이단 단장)

독특하게 입은 한복


“여자친구는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고, 저는 저고리에 치마를 입었어요. 방송국에도 가보고 특이한 데이트는 다 해봤는데 한복 바꿔 입기는 처음이에요.” ―현진균 씨(29·대학원생)
 
“이왕 입는 여자 한복이니 제대로 갖춰 입고 싶어서 전모(조선시대 때 여성들이 외출용으로 사용했던 쓰개)까지 빌렸어요. 사람들의관심을 받는 게 즐거워요. 검정 치마, 빨간 저고리랑 어울리도록 립스틱도 새빨간 색으로 빌렸어요.” ―곽정범 씨(22·대학생)
 
“5월 말에 한복 축제를 열어요. 전통놀이 체험 존과 전통소품 판매 존도 함께 운영할 예정인데요. 뭐니 뭐니 해도 축제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한복 여왕 뽑기대회(한복 퀸 콘테스트)입니다. 이날만큼은 독특하고 화려한 한복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 기대 중이에요.” ―이예나 씨(23·덕성여대 한복동아리 ‘꽃신을 신고’ 회장)
 
“자녀의 첫 결혼을 맞는 혼주들에겐 한복을 고르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60대 여성분들은 선명한 색의 치마에 금박으로 장식된 화려한 한복을 많이 찾으십니다. 세밀한 자수와 반짝이는 금박 덕분에 궁궐의 여인들 같지요. 원래 조선시대에는 궁궐 밖에서 금박을 사용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결혼은 예외였다고 합니다.” ―김모 씨(57·A주단 대표)
 
“한복 치마는 벙벙하고 치렁치렁 질질 끌릴 줄 알았어요. 소재도 두꺼운 천이라 더울 줄 알았는데 얇은 소재도 있고 허리끈으로 묶어서 조절하면 되니 편해요. 공기가 잘 통해서 시원하네요. 여자들은 하체를 따뜻하게 해주고 남자들은 하체를 시원하게 해주는 게 좋다는데 서로 의복을 바꿔 입어야 되지 않을까요?” ―김경훈 씨(22·대학생)
 
오피니언팀 종합·안나 인턴기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