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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주상복합 ‘트럼프월드’… 그 트럼프였어?

입력 | 2016-05-12 03:00:00


도널드 트럼프(가운데)가 1999년 5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대우트럼프월드 본보기집에서 대우건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 제공

도널드 트럼프(70)가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며 그와 국내 건설사의 오래된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흔적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용산구 한강로3가 등 전국 7곳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의 간판 ‘트럼프월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1999년 여의도의 고급 주상복합 ‘대우 트럼프월드’ 분양을 준비하며 미국의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의 이름을 쓰기로 했습니다. 고소득층을 사로잡기에 세계적 재벌의 이미지가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를 위해 당시 분양 담당자들이 트럼프를 찾아가 허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주상복합에는 ‘트럼프월드’란 이름에 걸맞게 국내에서 처음으로 ‘트럼프식 주거서비스’가 도입됐습니다. 트럼프가 직접 한국을 찾아 대우건설에 컨설팅해준 대로 아파트 한 층 전체를 스포츠센터, 수영장, 연회장 등 주민편의 시설로 꾸몄고 1층에는 호텔식 로비를 마련했습니다. 주상복합이 흔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트럼프월드 1호의 분양 행사에는 트럼프가 직접 방문해 축하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트럼프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한국이 아시아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 경제회복 속도가 빠르고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보고 있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트럼프월드는 그 후 2004년까지 용산구 한강, 부산, 대구 등 7곳에 세워졌습니다. 대우건설은 브랜드 사용 및 컨설팅 비용으로 트럼프 측에 600만∼7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대우건설과 트럼프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건 과거 트럼프와의 공동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덕이었습니다. ㈜대우 건설부문(현 대우건설)은 트럼프와 1997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초고층 건물인 ‘트럼프월드타워’를 세운 바 있습니다. 트럼프가 땅을 제공하고 대우건설이 공사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이런 인연을 까맣게 잊은 듯 보입니다. 그는 “우리가 한국을 보호하는데 경제로 말할 것 같으면 그들은 괴물”이라거나 “한국이 안보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 등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과 한국에 있는 그의 이름을 딴 건물들이 양국 협업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되새겨보길 그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조은아·경제부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