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 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남성의 손에 담긴 반지함이 열리자 다리를 꼬고 있던 여성이 다리를 벌린다. 뚱뚱한 남성, 근육질 남성이 각각 선물을 주지만 여성의 손은 근육질 남성의 선물만 받아든다. 9일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총학생회가 “전교생이 들어야 하는 필수 강의에서 자료로 사용됐다”며 이 같은 사진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A 대학교 총학생회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한 강의에서 믿기 힘든 내용이 발견됐다”며 성명을 냈다.
이 글에서 총학생회는 “‘마음을 훔쳐라! 욕망을 자극하라! 꿈을 팔아라!’ 라는 소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사진이 예시로 사용됐다”며 문제가 된 사진을 공개하고 “단 두 장의 사진 속에 여성혐오와 외모에 대한 차별, 황금만능주의의 관점이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해당 강의에서 앞서 사용한 자료에 대한 문제점을 새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디어 제품 개발’의 사례로 ‘흰 원피스 속 빨간 속옷이 비치지 않도록 하는 제품’ ‘브래지어 끈이 자꾸 아래로 흘러내리는 여성을 위한 제품’ ‘지하철에서 다리가 벌어지지 않게 도와주는 제품’ 등 특정 예시만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 기구 측에서는 10일 “감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강의에 활용된 사례가 교육상 부적절했다. 사진은 곧바로 삭제했다”며 “수강생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커리큘럼 전 강좌를 재점검하고 결과를 전 수강생들에게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학생들은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한 재학생은 “여성 혐오 문제들을 대놓고 보여준 사례”라며 “대충 덮으려 하지 말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재학생들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A 대학교내 한 인권 모임에서는 이를 규탄하고자 11일 규탄 발언대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