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한술 더 뜨는 일도 있다. 미세먼지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황사는 기상청이 예보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전문 지식이 있는 그들에겐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구분해 예보하면서 서로 자기 영역이라고 다퉜다는 소문까지 듣고 나니 미세먼지나 황사나 똑같이 ‘나쁜 존재’로 인식하는 내겐 ‘저런 수준이면 환경부는 없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부의 수준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정부는 환경부 주도로 지난해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만들었다. 디젤 차량에 ‘클린’ ‘친환경’이란 수식어를 붙여가며 마냥 판매하기 좋게 만들어주다가 대기질이 나빠지니 나온 대책이다. 헌데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방안의 하나로 경유차량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는 내용이 검토되다가 기본계획에서 빠졌다. ‘산업계의 반발’에 밀렸다고 한다. 국내 독점인 현대기아차를 지칭하는 듯한데 이 회사에서 뭘 어떻게 했길래 정부 부처가 뽑은 칼을 그냥 칼집에 넣었는지 궁금하다. 환경 정책으로 어떤 산업 분야가 다소라도 위축될 개연성이 있다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후속 지원 대책을 마련하면 될 텐데 지레 겁을 먹고 본업을 회피한다면 과연 존재 가치가 있는 조직인가 싶다. 환경부라는 이름을 달고 환경과 산업을 반반 정도로 다룰 요량이면 산업부 환경국으로 조직을 축소시키는 방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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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윤성규 장관이 그 어떤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고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 대통령과 함께 물러날 생각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 되지 않는 일들이다. 윤 장관이 수도 없이 이야기한 ‘좋은 규제가 일자리를 만든다’는 구호에 공감하지만 그것도 환경을 지켜낸 다음에 할 일 아닌가.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눈앞에 닥친 이런 환경재앙은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게 분명하다. 이런 미래도 무섭지만 환경재앙 앞에서 스스로 칼을 내려놓고 목소리도 낮추는 ‘믿지 못할’ 일들을 수행 중인 환경부가 나는 더 두렵다.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