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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해車 단속 헛바퀴… 미세먼지 대책 표류

입력 | 2016-05-11 03:00:00

매연 심한 경유車 수도권 운행제한… 지자체 협의안돼 2년간 과태료 1건
저감장치 부착도 예산없어 요원
대통령 압박에 환경부 재탕정책… 네번째 종합대책 뾰족수 못내




정부가 추진 중인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표류 중이다. 내부 논의는 물론이고 다른 부처 및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의가 쉽게 진전되지 못해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2013년 이후 세 번째. 지난해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까지 포함하면 벌써 네 번째이지만 현재까지 진행 중인 논의의 상당수는 기존 정책의 ‘재탕’에 그치고 있다.

○ 유명무실한 공해차량 관리

이번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의 공해차량 운행제한지역(LEZ·Low Emission Zone) 운영은 2010년부터 일부 지자체별로 시행해온 정책이다. LEZ로 설정된 구역에 배출가스 저감장치 등을 달지 않은 2.5t 이상의 노후 경유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이를 어기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2012년까지 적발된 1802건 중 과태료 부과는 단 1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서울시가 매년 적발 및 과태료 부과 처분을 늘려 나가는 추세이지만, 단속 카메라는 아직 7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LEZ를 활성화하겠다”고 재차 밝힌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폐쇄회로(CC)TV 설치와 노후 경유차량의 식별장치 부착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문제 삼아 난색을 표시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노후 경유차량을 규제하는 카메라 설비를 운영하는 데 1대에 1억5000만 원이 드는 데다 운용 인력과 유지 보수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는 대부분 생계형 영세 사업자들이 운행하는 트럭”이라며 “늘어나는 신규 경유차량은 놔두면서 이런 사람들에게만 부담을 물리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LEZ 운용과 병행해야 할 노후 경유차량의 저공해 조치도 시행 확대까지는 첩첩산중이다. 경기도의 경우 2020년까지 12만5000대에 배출가스 저감장치(DPF)를 부착하는 데 486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야심 찬 목표, 시행은 ‘용두사미’

환경부가 지난해 추진 계획을 밝힌 DPF 부착 지원 사업 등 전체 ‘운행차 저공해화 사업’의 예산은 2024년까지 약 3조 원. 하지만 이 사업은 지난 10년간 2조2700억 원을 투입해 이미 추진해온 것이다. 이 밖에 차량 부제 시행이나 친환경자동차 보급 확대, 수도권 내 공장과 발전소의 오염물질 규제 등 검토가 진행 중인 정책 상당수는 기존 대책에 이미 들어있는 내용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염형철 사무총장은 “산업계의 이해관계 등에 밀려 각종 정책이 흐지부지되는데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 실태’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은 경유차량의 배출가스 수시 검사에서 충분한 표본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합격’ 판정을 내렸고, 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의 판매 여부 확인 등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검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자 환경부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차량 소유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출가스가 많다는 이유로 결함 시정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는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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