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휘 부산경남취재본부장
“이번 문제는 부산시와 한국 및 전 세계 영화인, 부산시민과 관객의 애증에서 비롯됐다. 영화제를 계속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의견 차이로 여기까지 왔다. 풀어야 할 문제는 점차 합의하에 노력하고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강수연 집행위원장)
9일 오전 10시 반 부산시청 7층 국제의전실. 서병수 부산시장과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았다. 제19회 BIFF를 앞두고 2014년 9월 24일 서 시장의 ‘다이빙벨’ 상영 반대 입장 표명 이후 깨어진 관계가 593일 만에 봉합되는 자리였다.
취재진이 “포옹을 한번 하시죠”라며 영화처럼 화해의 장면을 요구했다. 서 시장이 “나야 영광이지”라고 하자 강 위원장은 “시장께 누가 되지 않을까요”라며 포옹 대신 다시 한번 두 손을 잡았다. 원 포인트이긴 하지만 이번 합의는 마주보고 달리던 열차가 일단 멈춤에 접어든 형국이다.
그동안 상황은 숨 가쁘게 진행됐다. 다이빙벨 상영 이후 감사원의 감사,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등 고발, 사전 협의 없는 BIFF의 집행위원회 자문위원 위촉, 서 시장의 조직위원장직 민간 이양 표명, BIFF 자문위원 위촉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영화인연대 올해 영화제 보이콧 선언, 자문위원 위촉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검찰의 이 전 집행위원장 등 4명 기소 등 부산시와 영화계 주변은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와 BIFF 내부에서는 시간을 더 끌다간 올해 영화제를 개최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공멸의 책임 부분도 거론됐다. ‘BIFF는 누구의 것도 아닌 부산시민 모두의 재산’이란 부산시민사회단체의 압박도 작용했다.
반전 카드는 BIFF의 상징 인물인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었다. 김 전 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하자는 중재안을 양측이 받아들이면서 꼬였던 실타래가 풀렸다.
이 합의로 올해 영화제의 정상 개최는 가능해졌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한 9개 영화단체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지도 숙제다. 또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이날 합의 장소의 벽면에 걸린 ‘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이라는 문구처럼 부산시와 BIFF가 소통하고 배려해야 한다. 쌓는 건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조용휘 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