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으로 가계와 기업의 수입이 빠듯한 가운데 정부가 전년보다 많은 세수(稅收)를 거두며 ‘나 홀로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의 세수 증가에도 씀씀이가 더 커져 ‘나라 가계부’는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세수입은 총 64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조8000억 원 증가했다. 목표 대비 실적 비율인 세수진도율은 28.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포인트 높았다.
국세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반짝 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천 징수되는 근로소득세를 제외하곤 일반적으로 직전 분기의 경제 활동이 세수에 반영된다. 지난해 말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코리아 그랜드 세일’ 등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소비가 늘어 1분기 부가가치세가 4조5000억 원 증가했다. 소득세와 법인세도 각각 3조6000억 원, 3조 원 가량이 더 걷혔다.
한편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23조4000억 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재정조기집행 등이 주 원인으로 풀이됐다.
세종=손영일 기자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