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시행령안 발표] 여야 “서민경제 피해 없게 보완”… 국민여론 의식 법개정엔 신중 헌재 판단 나오면 논의 본격화
국민권익위원회가 9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안을 내놓으면서 국회의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대로 (시행)되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속으로 많이 했다”면서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하면 따라야 되겠지만 ‘국회 차원에서도 다시 검토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령을 수정하는 내수 진작론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시행령을 만들려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행령 안에는 업계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았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특정 품목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모법을 바꾸지 않는 한 권익위가 융통성을 발휘해 시행령을 손질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여야는 이날 시행령 안이 발표된 뒤 김영란법의 공직부패 척결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업계 피해나 내수 침체 등 부작용에 대해선 향후 보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정치권이 당장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김영란법 처리를 촉구했던 국민 여론을 의식해 법 개정에는 신중한 기류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김영란법은 한국기자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헌법소원을 내 헌법재판소에 계류돼 있다. 사립교원과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과 배우자 신고 의무 조항 등이 핵심 쟁점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법 시행일(9월 28일) 전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은 ‘선(先) 헌재 결정, 후(後) 국회 논의’ 절차를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홍수영 gaea@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