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쇼크] 정통 보수가치 파괴자로 규정… “과거 증오-편견 발언 속죄해야”
경선 내내 ‘도널드 트럼프 불가론(不可論)’을 강하게 피력했던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 대통령 절대 불가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WP는 5일 ‘트럼프 다시 띄우기(rebooting) 불가능하다―그의 후보 지명은 공화당에 재앙’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원칙을 가진 보수주의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막아야만 한다”고 썼다. 사설은 특히 “트럼프는 증오와 편견, 비열함, 헌법 가치에 대한 경멸, 장애인 기자 조롱, 무슬림 입국 금지와 히스패닉 검거 주장, 항의자에 대한 폭력의 찬미,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더러운 협박,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지지에 대한 윙크, 수감자 고문 주장과 테러 용의자의 무고한 친척 사살 등 과거 발언을 속죄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WP는 이날 정치면 기사에선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불가능할 것 같았던 쿠데타’라고 표현하고 “(그 쿠데타 때문에) 공화당은 심각한 정체성 위기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WP는 뉴욕타임스(NYT)의 역사적 라이벌인 미국의 유력지다. WP가 미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공화당의 사실상 후보인 트럼프에 이토록 끝까지 불가론을 펴는 이유는 ‘트럼프가 보수적 이념과 가치의 수호자가 아니라 파괴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정치평론가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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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부터 WP 정치 칼럼니스트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정권을 민주당에 다시 넘겨주는 차원을 넘어 미국 역사에서 보수주의 정당이 사라져버릴지 모른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2월 1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경선이 시작된 뒤에도 트럼프의 질주가 멈추지 않자 WP는 사설에서 “공화당 지도부, 당신들은 트럼프를 멈추기 위해 모든 걸 다 해야 한다”(2월 24일) “‘대통령 트럼프’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킨다”(3월 2일) “트럼프는 미국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기 때문에 당선돼선 안 된다”(3월 16일)며 트럼프 불가론을 강조했다.
트럼프가 3월 21일 WP를 방문해 논설위원들과 인터뷰를 한 뒤 WP의 ‘트럼프 불가론’은 더욱 확고해졌다. 4월 1일 사설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고 직설적으로 주장했고, 같은 달 24일엔 “진짜 도널드 트럼프를 기억하라. 그가 ‘대통령다운’ 태도로 변신한다고 해도 거짓말과 분열의 역사를 지울 순 없다”고 경고했다. 이 사설에선 트럼프의 ‘막말’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기억하라”고 촉구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