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의 기적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냉철한 분석과 철저한 자기관리 등 ‘준비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역습축구로 승부’ 냉철한 분석
인터셉트 ‘경기당 21.5회’ 1위
철저한 선수관리…부상 단 2명
프로에서 돈(투자·연봉)과 성적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금액이 많은 구단일수록, 연봉이 높은 선수일수록 대개는 성적이 뛰어나다. ‘공은 둥글다’는 말로 이변을 기대하고, 골리앗과 맞서 싸우는 다윗에 마음이 끌리게 마련이지만 ‘부자 구단’, ‘잘 나가는 선수’가 승자의 미소를 짓는 경우가 많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마찬가지다. EPL이 출범한 1992∼1993시즌 이후 단 한 번 블랙번(1994∼1995시즌)이 패권을 차지했을 뿐, 나머지 시즌은 모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3회), 첼시(4회), 아스널(3회), 맨체스터시티(2회) 등 이른바 ‘빅4’로 꼽히는 부자 구단들이 돌아가면서 우승을 휩쓸었다.
EPL 20개 클럽 중 구단가치 순위가 18위에 불과한 가난한 클럽 레스터시티는 산전수전 다 겪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이탈리아) 감독의 지도력과 ‘8부리그 출신’ 제이미 바디(29·잉글랜드), 알제리 이민 2세로 프랑스 빈민가에서 자란 리야드 마레즈(25·프랑스) 등의 상상할 수 없는 활약을 앞세워 ‘사커 드림’을 일궜다.
레스터시티가 올 시즌 초반 차곡차곡 승점을 쌓으며 치고 나갈 때도 ‘곧 떨어지겠지’라고 생각한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똘똘 뭉친 레스터시티 선수들은 달랐다. 빅클럽들과 정면으로 맞붙어선 승산이 적다고 판단한 라니에리 감독은 점유율 축구, 패스 축구 대신 역습 축구라는 과감한 팀 컬러로 승점을 챙겨나갔다. 볼 점유율(평균 45%·18위)과 패스 성공률(70.2%·20위)은 리그 최하위권이지만, 인터셉트(경기당 21.5회·1위)와 태클 시도(22.9개·2위)는 최상위권이다.
이뿐 아니다. 기나긴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레스터시티에는 2명의 부상자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왓포드(1명)에 이어 EPL에서 2번째로 적은 숫자다. 철저한 선수관리를 통해 예측불가의 변수들을 최소화했다는 얘기다.
최근 뉴욕 타임스는 “레스터시티의 ‘하면 된다’는 정신이 다른 스포츠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스터시티가 이룬 기적이 반가운 것도 이 때문이다. 레스터시티의 성공 스토리는 ‘나는 보나마나 안돼’, ‘우리는 할 수 없어’라는 패배의식 대신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레스터시티의 사커 드림은 철저한 분석과 치열한 자기관리를 통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적은 ‘준비된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