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학생에 장학금 혜택 주자”… 6·25때 전사한 남편 기려 사회환원 대구 범어도서관 시청각실 현판… 4일 ‘김만용 박수년 홀’로 바꿔
3일 대구 수성구 범어도서관 지하 1층 시청각실 입구에서 주민들이 김만용 박수년 홀 안내문을 읽고 있다. 수성구 제공
올해 3월 수성인재육성재단에 평생 모은 재산 12억 원을 기부한 박수년 씨(85)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다. 김만용 씨는 6·25전쟁 때 28세 나이로 입대해 1952년 전사한 남편이다. 재산을 기부할 때 박 씨는 “생전에 남편을 기리는 일을 하고 싶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키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시청각실(140석)은 강연과 영화 상영 등으로 주민들이 자주 이용한다. 수성인재육성재단 이사회는 주민들이 박 씨의 사연을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곳을 기념 공간으로 정했다. 재단은 한글 서예가의 글씨로 가로 180cm, 세로 32cm의 현판을 제작했다. 부부의 뜻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색이 변치 않는 황금색으로 꾸몄다.
박 씨는 은행 계좌에 있던 재산을 재단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장학금을 기탁했다. 남편의 이름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고민에 이 구청장이 장학금을 남편 이름으로 지급하자고 제안했고 박 씨와 외아들이 동의했다.
경북 경산 출신인 박 씨는 17세 때인 1948년 결혼했다. 젊은 시절 남편을 떠나보내고 힘들고 가난했지만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보따리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30세 무렵 수성동에 작은 집을 마련해 정착했다. 농사부터 양말공장 일까지 60세가 될 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했다. 번 돈은 대부분 저축하며 근검절약을 실천했다.
박 씨는 처음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 구청장의 권유에 사연을 공개했다. 하지만 얼굴 공개와 인터뷰는 끝내 사양했다.
수성구보건소는 박 씨의 건강이 좋지 않아 방문 간호를 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리고 재단 직원들은 집에 찾아가 말벗이 되어 드린다. 박 씨는 최근 예전에 농사짓던 경산에 외출을 다녀올 만큼 건강도 회복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