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지도자 사드르, 개혁 요구… ‘그린존’ 뚫고 6시간 점거후 물러나 정부, 바그다드 주변 주요도로 봉쇄
지난달 30일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끄타다 사드르(43·사진)를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 명이 ‘그린존’ 콘크리트 차단벽을 무너뜨리고 이라크 의회를 점거했다. 그린존은 의사당과 정부 청사, 외국 공관 등을 보호하기 위해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직후 설정된 보안구역으로 그린존이 침범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는 본회의장까지 점거한 뒤 “현 내각을 해체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새 내각을 세우라”며 의회와 정부를 규탄했다. 군경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경고 사격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6시간 뒤 의사당에서 물러났지만 그린존 안에 있는 의사당 근처 이흐티팔라트 광장에서 밤새워 농성을 이어갔다. 치안 당국은 수도 바그다드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사드르와 그의 지지자들은 수개월째 정치 개혁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여 왔다. 하이다르 압바디 총리는 정치권의 부패와 종파 갈등 해소를 위해 전문 관료로 구성한 이른바 ‘개혁 내각’ 후보자 명단을 3월 말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의회는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등 종파와 민족 간의 이해가 엇갈려 비준 기한이 지나도록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르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에 맞서 반정부 투쟁을 이끈 현 시아파 지도자 무함마드 무함마드 사데끄 사드르의 아들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는 자신이 조직한 마흐디 민병대를 동원해 반미투쟁에 나섰다. 미군에 쫓겨 2006년 말 이란으로 망명했다 2011년 귀국한 후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