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미다스의 손]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철이 없다는 게 항상 꿈과 열정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면 철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오디컴퍼니 제공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48)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쉼 없이 달리는 열차 같았다. 그는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드라큘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동시에 숱한 실패도 맛봤다. ‘뮤지컬계의 돈키호테’로 불리는 그는 별명처럼 끊임없이 풍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2009년 미국과 합작해 ‘드림걸즈’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스핀’ ‘요시미 배틀스 더 핑크 로보츠’를 제작해 계속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렸다.
2014년에는 전설적 힙합 가수 투팍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 들리면 소리쳐)’로 처음 책임 프로듀서가 돼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닥터 지바고’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다. 둘 다 결과는 처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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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브로드웨이에 선보일 세 번째 작품을 꿈꾸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두 손을 들 만한데 끄덕도 없다.
“공연장을 떠나며 즐거워하는 관객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해요. 뮤지컬은 마술 같아요. 관객은 무대를 보며 환호하지만 백 스테이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많은 일이 일어나거든요.”
다행히 지난 2년간 한국에서 올린 작품은 다 성공했다. 현재 공연 중인 미국 신문팔이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뉴시즈’(충무아트홀 대극장)는 유명 배우 없이도 열정적인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 매혹적인 음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인 배우들이 많다 보니 애정이 많이 가요. 배우 한 명 한 명이 모두 주인공이라 생각하면서 진짜 열심히 해요. 그게 작품을 끌어 가는 힘이에요. 저 자신을 돌아보게도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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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전형성에서 벗어나려고 해요. 뚱뚱하고 못생긴 러빗 부인은 섹시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만들 거예요. ‘뮤지컬 덕후’가 많은 작품이라 반응이 어떨지 진짜 궁금해지네요.”
브로드웨이에서 처절하게 깨진 결과, 그는 비로소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빨리 주목받고 싶었는데, 지금은 인정받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작품을 잘 만들면 인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니까요. 중요한 건 저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천천히 한 발짝씩 내디디겠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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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