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권 특파원
“무슨 일을 하시죠?”
“맨해튼 월가 금융기관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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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요.”
“그럼 트럼프가 주장해온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 쌓기,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도 지지하시나요?”
“아뇨. 바보 같은 소리죠.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잖아요. 뉴욕은 미국의 힘인 다양성을 상징하는 도시고요.”
“그런데 왜 트럼프를 지지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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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막말’을 일종의 협상카드로 생각한다는 얘기였다. 끊임없이 논란과 분란을 일으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자기합리화 도구 중 하나가 ‘트럼프는 협상가’라는 평가다.
트럼프는 유세도 협상처럼 한다. 비센테 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이 “트럼프의 빌어먹을 장벽에 멕시코가 왜 돈을 내나. 돈 많은 트럼프, 당신이 내라”고 공격하자 트럼프는 “장벽을 10피트(약 3m) 더 높게 짓겠다. 그 추가 비용까지 멕시코가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상대 반발에 주춤하기보다 더 센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동맹국에 대해선 ‘안보 무임승차론’을 끊임없이 주장한다. 이 역시 ‘멕시코 국경 장벽’처럼 미국 유권자의 지지는 끌어내고 상대 국가는 압박하는 협상카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한국 정부로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트럼프에 대응할 논리나 지렛대(레버리지)를 만들어놔야 한다. 그러나 기자가 아는 고위 외교관은 “트럼프 캠프에 줄 댈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선되기를 기도할 뿐이다”고 털어놨다.
“협상할 때 절박한 처지를 노출하면 무조건 진다. 상대를 움직일 지렛대가 없다면 협상장에 나가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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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