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패거리 ‘벚꽃동산’]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 공연 연극 ‘벚꽃동산’. 빚 때문에 집을 경매로 넘긴 뒤 울고 있는 라네프스 카야(김소희·오른쪽)를 딸 아냐(서혜주)가 위로하고 있다. 연희단거리패 제공
연희단거리패의 정수(精髓)를 보는 듯했다. 극단 대표 배우들이 한무대에 섰다. 김소희(라네프스카야 역), 윤정섭(로파힌 역), 박일규와 이승헌(가예프 역), 오동식(페차 역), 홍민수(피르스 역) 등이 총출동한다.
특히 김소희의 감정 연기가 인상적이다. 천의 얼굴로 대체 불가능한 메소드 연기(극중 인물과 동일시하는 연기)를 러닝타임 내내 선보인다. 김소희의 라네프스카야는 러시아 귀족으로서 화려한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파산지경에 이른 벚꽃동산의 지주다. 과거의 추억에 갇혀 늘 감상에 젖어 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불안해하고, 격정적인 눈물을 눈에 달고 산다. 김소희는 누구보다 깊게 캐릭터에 몰입한 모습이었다. 그의 눈에 그렁그렁 담긴 닭똥 같은 눈물은 대사의 행간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절묘하게 떨어졌다. 마치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처럼, 그의 눈물은 화룡점정 같은 역할을 해냈다.
광고 로드중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