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 ‘미움받을 용기2’ 출간
전편에서 아들러의 사상에 감화됐던 청년은 3년 후 다시 철학자를 찾아온다. 교사가 돼 그의 사상을 실천하려 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쳐 보니 이론은 번번이 벽에 부닥쳤다며 항의하러 온 것. 전편과 마찬가지로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체로 정리했다. 흥분한 청년이 철학자의 말에 점점 감화돼 나가는 구성 역시 동일하다.
출판사는 전편이 아들러의 사상을 알려줬다면 속편은 이를 실천하는 방안을 제시한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편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은 물론이고 기시미의 수많은 저서인 ‘행복해질 용기’, ‘나답게 살 용기’, ‘엄마를 위한 미움 받을 용기’ 등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이 반복되고 있었다.
독자들도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출간 전 네이버 연재 및 출판사의 독자 모니터링 등을 통해 작품이 알려진 터다. 인터넷에는 ‘호기심을 끄는 내용을 짜내서 짜깁기할 수는 있겠지만 1편으로 충분하다’, ‘불필요한 단어들로 언어 유희를 한 느낌이다. 전편의 감동도 의심된다’는 서평이 올라오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기시미의 계속되는 자기 복제를 먼저 일본 출판계의 특성에서 찾는다. 일본에서는 자기계발서 저자들이 기존 책에서 사례나 서술 방식을 바꿔 새 책으로 출간하는 게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출판사들이 앞다퉈 기시미의 책을 들여오다 보니 그의 자기 복제가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기시미의 책 가운데 80∼90%가 국내 출판사와 계약된 상황이다. 그의 책을 낸 한 출판사 관계자는 “저자의 기존 책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회의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도 “자기 복제는 떴을 때 빨리 한몫 챙기려는 저자의 안일함과도 맞물려 이뤄진다”며 “당장은 책을 팔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스스로의 가치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