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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안철수의 오만

입력 | 2016-04-28 03:00:00


대통령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가 열린 26일,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박지원 의원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유 참…” 했다고 한다. 천정배 공동대표에겐 “너무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청와대에 앉아 있어 가지고…. 경제도 모르고 고집만 세고…”라는 말도 했다. 국민의당 20대 의원 당선자 워크숍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대통령에 대한 진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빈정거림과 비웃음이 묻어나는 말투다.

▷안 대표 자신은 얼마나 경제를 잘 아는지 난 모른다. 경제와 안 대표, 양쪽을 다 잘 아는 사람의 평가로 대신하자. “의사 하다가 백신 하나 개발했는데 경제를 잘 아나” “내가 그 사람하고 많이 이야기해 봐서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걸 잘 알아. 사람이 정직하지 않아”. 한때 안 대표의 멘토였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월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한 말이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안 대표의 기분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품위와 격조를 갖춘 언어를 통해 논리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사실 안 대표의 말은 야당 대표의 비판이라기보다는 술자리에 어울리는 뒷담화 같다. 박 대통령은 5선 의원에 14년간 의정활동을 하며 기획재정위 산업자원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를 거쳤다. 안 대표는 정치 관련 경력조차 전혀 없던 4년 전, 대통령이 되겠다고 뛰어들었다. 여기저기서 “뭘 안다고…” 소리가 나왔던 걸 안 대표는 혹시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겸손함이 몸에 밴 것 같던 안 대표가 4·13총선에서 대약진을 해 20대 국회에서 권력을 쥐게 되자 갑자기 오만해진 것인가. 문제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당 대변인을 통해 “위기 인정과 책임지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양적완화 카드를 꺼낸 것은 무책임하다는 맥락이었다”고 해명했다. 차라리 “내가 좀 가벼웠다”고 사과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안 대표는 다른 정치인과 좀 다를 거라고 여겼는데, 이번 일은 영 실망스럽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