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옥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업은 위험을 추구하는 주체 가운데 하나로서 상시적으로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실패는 일상적이라는 말이다. 이 순간에도 세계의 어딘가에는 실패하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그를 대체할 새로운 기업과 산업이 등장하고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해 자본주의는 불확실성과 실패 때문에 지금과 같은 역동성과 성공을 구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사회 모두에 실패는 두려워해야만 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적절히 관리되어야만 할 무엇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위험과 실패를 관리하는 방식도 나라의 크기와 발전 단계 그리고 문화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은 우리가 실패를 관리하는 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위험과 실패관리의 미숙함이 그 자체로 위험해 보인다고밖에 달리 말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잔치에 돼지 잡듯 날을 잡아 정부가 나서서 10여 년에 한 번씩 하는 일이 기업 구조조정이다. 일이 커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드디어 터지고 나면 정부가 나서고 정치가 개입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확대되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가 점점 불분명해지는 불확실성의 확대 재생산이 일어나는 것이다.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상시적 관리 시스템이라도 갖춰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구조조정을 위해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존재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한시적으로 다섯 번 제정되었다. 기업의 실패는 항시 일어나는데 이를 관리할 법을 다섯 번만 한시적으로 제정하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기업의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해 관련 절차와 규제를 하나로 묶어 처리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고 하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소위 ‘원샷법’도 한시적이다. 그와 같은 법을 만든다는 것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에 많은 규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왜 항구적인 개선은 가능하지 않은 것일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두가 쳐다보는 것이 정부다. 그리고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정부는 문제가 커지기만을 기다린다. 그런 뒤에 무슨 해결사라도 되는 듯이 정치권이 나선다.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한 시장과 관리 시스템은 기대할 수 없을까.
우리 경제의 크고 작은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위기의 징후에 적절히 대응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어디를 봐도 위태위태하다. 위기를 키워서 문제를 해결하는 현재의 방식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비용이 지나침을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정치화되어 버린 대한민국에서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 나아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 두려운 아침이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