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글을 발표하거나 학원문학상을 수상했거나 ‘학원’을 읽으며 문학적 감수성과 교양을 키운 작가들은 이루 다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1954년 제1회 학원문학상 수상자 이제하, 황동규, 마종기를 필두로 이청준, 조세희, 황석영, 최인호, 김원일, 문정희, 김병익, 김주영, 전상국, 김승옥, 황지우 등등. 1954년 8월호는 8만 부를 발행했는데, 당시 대표적 일간지의 발행부수를 상회하는 정도였다.
자유교양추진회와 동아일보사 공동 주최로 1968년 11월 23일 제1회 전국자유교양대회가 열렸다. 대회 목적은 ‘고전을 통한 교양의 함양’이었다. 고등부 지정도서는 ‘삼국유사’ 일부와 ‘택리지’, 대학부 지정도서는 ‘논어’, ‘맹자’,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이었다. 저술가 황광우(1958년생)는 “자유교양대회를 위하여 ‘삼국유사’, ‘신곡’,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등을 읽었는데 그렇게 어설프게나마 고전을 읽은 기억이 참 좋았다”고 말한다.
그 이후로는 어떤 독서 세대론이 가능할까? 공통의 독서 경험으로 한 세대가 누릴 수 있었던 교양의 폭과 깊이를 감안하면 ‘인간시장 세대’나 ‘해리 포터 세대’를 거론하긴 힘들다. 독서 세대론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책과 지식교양의 다변화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변화라는 것이 파편화와 같은 뜻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통 수단이나 지불 수단이 되는 화폐를 통화(通貨)라 한다. 독서세대가 끊어진 시대와 사회는 공론 형성의 수단이 되는 지식통화가 증발한 시대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최소한의 지식 기반이 허약해진 사회라는 말이다. 지식정보사회는 초고속 정보통신망과 같은 뜻이 결코 아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