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건 사진부 차장
스포츠 종사자는 “경기장에 와 있는 듯한 현장감은 생생하지만 그게 장점이자 한계다. VR는 이용자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착각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관중 시야에 머문다”고 말했다. 게임 마니아는 “대개 VR는 20분 이상 하면 멀미 같은 어지럼증과 두통, 구토 증세가 생길 수 있다. 눈도 아프다. 게임은 몇 시간이고 푹 빠져야 대박이 난다”며 성인물의 손을 들어줬다.
성인물 종사자는 “포르노만 생각하면 안 된다. 가상 데이트처럼 여러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상업성이 가장 좋다고 본다”며 VR 등장을 반겼다. 그는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N포 세대’에겐 사랑의 욕구를 채워줄 저렴한 도구다. 아직은 화질이 떨어지지만 늦어도 10년 안에 그럴싸한 가상 연애로 발전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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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VR는 제작이 비교적 간단하다. 배우가 10분가량 편집 없이 주욱 연기하면 한 편의 영상이 된다. 업데이트도 쉽다. 시장이 커지면 A급 연예인들이 등장할 수 있고, 시야가 360도라 여러 명과 동시 데이트도 가능하다. 아예 VR로 특화된 영상 장르가 하나 탄생하는 셈이다. VR가 더 정교한 홀로그램으로 진화하면 가상 남친, 여친, 배우자 영상이 가장 잘 팔리지 않을까.
문제는 이런 가상의 사랑이 현실의 남녀 관계, 나아가 사회에 미칠 영향이다. 사랑은 본디 ‘달콤 씁쓸’하다. 만남의 설렘과 장래 약속, 성적인 환희 같은 달콤함도 있지만 다툼 배신 이별의 고통과 같은 상처도 나기 마련. 그런데 연애 VR는 쓴맛은 쏙 빼고 달콤함만을 준다. 연애 VR는 책임감도 필요 없다. ‘파트너’가 싫증나면 클릭 몇 번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사랑과 연애는 사회 현상이다. 청춘 남녀 간 사랑은 결혼→출산→양육으로 이어진다. VR가 연애를 대체해 급기야 결혼율을 낮추고 인구 감소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는 예측에 주목해야 한다.
VR에는 ‘체온’이 없다고 한다. 그냥 동영상일 뿐 촉감까지 채워주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촉각 센서를 이용한 장갑, 가상현실 속의 향기와 더위, 추위를 느끼게 하는 마스크가 이미 나와 있다. 옷처럼 입는 전신 슈트도 있다. VR 속 파트너가 팔짱을 끼면 팔에 압력을 주는 방식이다. 은밀한 가상행위도 온몸으로 느끼게 할 것이다. VR를 포기할 수 없다면 성인물의 과도 성장에도 대비책을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신원건 사진부 차장 laputa@donga.com